또 다른 대북대결성, 유체이탈화법
<분석과전망>박근혜 대통령과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의 유체이탈화법
대북정책 구사와 관련해서 우리정부에서 자주 확인되곤 했던 유체이탈화법이 미국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그 유체이탈화법이 단순히 언어구사 상의 특징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입안되고 전개되는 전술범주로까지 격상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최근의 우리정부의 유체이탈화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잘 확인된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남북 모두에 축복이 되는 구체적인 통일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면서 “통일 준비는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는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누가 보아도 ‘남북 모두에 축복’ 그리고 ‘북한의 고립화가 목표가 아니다’라는 구절 등은 단연, 돋보인다.
얼마나 좋은가! 민족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남북상생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너무나도 소중한 대목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이 유행했던 이유다.
박대통령은 그 남북상생을 이산가족 상봉사업에서 그리고 정부가 스포츠, 문화, 예술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적극 장려하는 것에서 실현하게 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박대통령은 이어 ‘민족문화 보전사업’과 ‘역사 공동연구’를 가지고도 남북교류를 하자고 했으며 아울러 남북 철도 복원사업도 강조를 했다.
이 모든 것은 박대통령도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고 있듯이 ‘남북 모두에 큰 도움’이 되는 사업들이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연설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북한은 더 이상 핵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진정으로 평화와 체제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개방과 변화의 길로 나오기를 바랍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체제안정을 보장받으려면 즉. 살려면 개방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북대결의 정점이다. 이보다 더 선명할 수 없다. 대통령이 북한과 칠 수 있는 최고조의 대립을 박대통령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남북상생을 위한 교류를 말하고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북한이 전면적으로 배격하는 가장 민감하고 근본적인 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건드리는 것에 대해 몰가치적으로 접근하게 되었을 때 확인되는 것이 그 유체이탈화법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그 연설이 유체이탈화법이라고 치부하고 말 그런 성격이 아님은 금새 확인된다.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남북대화의 기조를 북한 비핵화에 맞추는 박대통령의 연설에, 연 초부터 수도 없이 방한을 해서는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최고의 현안은 북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던 미 고위관리들의 발언이 곧바로 겹쳐지기 때문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박대통령의 3.1절 연설의 대북발언에서 미 고위관리들이 강조했던 ‘빛 샐 틈 없는’ 한미공조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다. 북한이 미국의 한미연합훈련에 항의해 스커드 계열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 상으로 발사한 것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게 ‘즉각적인 도발 중단’을 촉구했으며 그것이 ‘긴장을 완화하는 조처’라고 했다.
하프 부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북한을 자극하고 극도로 경계하게 하는 원인으로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하프 부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 없는 것은 더 있다. 미국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는 우리사회의 평화세력들의 줄기찬 주장 또한 적극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하프 부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이 극명한 유체이탈화법으로 보이는 결정적 이유다.
물론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항상 그래왔었던 미국이다.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언제라도 북한의 반발은 물론 우리사회의 평화세력들의 항의는 외면하고 특히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왔었다.
미국은 북한의 반발이나 우리사회 평화진영의 주장을 결코 모르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배격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미국의 유체이탈화법이 단순히 언어구사방법이 아니라 대북정책을 구사하는데서 사용하는 전술범주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하필이면, 북미군사대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금 이 판에,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동시에 대북대결논리를 구사하고 있는 이것도 ‘빛 샐 틈 없는’ 한미공조의 한 정형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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