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대결정책, 변할 수 있을까?
<분석과전망>주목되는 북미 ‘1.5트랙’ 대화
미국이 새해벽두에 새 대북제재를 발동한 것으로 인해 북미관계가 또 다시 긴장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움직임 하나가 포착되고 있다.
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가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장소는 싱가포르, 날짜는 16~17일로 점쳐지고 있다. 통일뉴스가 6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의제가 무엇일 것인가?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일반적 시기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대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우리정부는 호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있을 정도이다. 이명박 정부 이래 북한의 신년사에 대해 우리정부가 이처럼 호의적으로 접근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정부의 호의적 대북입장이 현재 악화되어있는 북미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새해벽두에 오바마대통령이 세 대북제재를 발동한 것을 두고 단순히 미국 국내용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우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가 얼어붙어있는 상황은 우리정부가 설령 대북대화의지가 있다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펼칠 수 없게 하는 조건으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에 변화가 없는 이상 남북관계 진전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미대결전에서 언제라도 최대의 관건, 최대의 관심사는 미국의 대북대결정책 변화의 여부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이번 ‘1.5트랙’ 대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트랙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의 징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냐에 있다.
회의에 나올 미국 측 인사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DNI) 비확산센터 소장,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스워스 전 특별대표가 대북대화파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인사는 디트라니 전 소장이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보스워스 못지않은 대화파 인사이다. 북미 간의 정치감각은 물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무감각에도 뛰어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미국의 대북협상 특사를 맡았던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은 본질적으로 대북대결정책이다. 북미대화와는 양립할 수 없다.
‘호전적’이라는 북한과 대화도 협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략적 인내정책’의 성과로 꼽힐 수는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치가 않다. 그 성과가 지불하고 있는 반대급부가 미국에게는 사실, 너무 치명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고도화가 그것이다. 미국의 핵 패권이 결정타를 먹은 것이다.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초래한 것은 ‘전략적 인내’정책이다.
때문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앞에서 ‘전략적 인내’정책은 초라함을 넘어서서 수정도 아닌 폐기의 운명에 처해있는 형국이다.
대놓고 실패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대표적이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뼈 아플 일이다. 오바마 행정부 1기의 대북 제재정책을 주도한 인사인 아인혼 전 특보에게서 대북정책 실패를 확인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감수하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아인혼 전 특보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업무를 담당한 인사다. 대북제재의 ‘저승사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인혼 전 특보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실패를 언급한 것은 단순히 불만을 표시한 것이 아니다. 불평 또한 당연히 아니다. 북한과 대화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제기한 문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아인혼 전 특보와 견해와 입장을 같이 하는 인사가 바로 디트라니 전 소장이다.
"이제는 북한과 탐색적 대화(exploratory talks)에 나설 시점"
디트라니 전 소장이 지난해 11월 18일에 한 말이다. 워싱턴타임즈가 마련한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다. "지난 수년간 대화와 협상이 없는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지속적으로 증강됐다"며 주장한 내용이다.
디트라니 전 소장이 ‘전략적 인내’정책과 양립할 수 없는 대화를 언급한 취지는 명료하고 간단했다. "북한의 핵능력 증강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핵 폐기에 있었던 미국의 북핵정책이 비확산에 초점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견해였다.
이 정도라면 ‘전략적 인내’정책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규정해도 될 법하다.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상 그렇다. 정세는 물론 여론까지도 받쳐주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전략적 인내’ 정책이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거나 전격적으로 변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것은 실패의 모양새를 죄다 드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그 어떤 행정부도 그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다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실패의 모양새를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하는 의도가 물리적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있게 될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1.5트랙’ 대화는 이에 대한 대강의 그림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기대된다.
'분석과 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바마가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는 까닭 (0) | 2015.01.13 |
---|---|
박대통령의 대북대화 의지와 미 대화파의 부상 (0) | 2015.01.13 |
핵 시험 앞에 선 한미연합훈련의 운명 (0) | 2015.01.12 |
위기에 몰린 ‘전략적 인내‘정책 (0) | 2015.01.09 |
반북적 남북관계 개선 (0) | 2015.01.09 |
미국, 언제까지 가만 있을까? (0) | 2015.01.07 |
반북의 맨 앞줄에 오바마 그리고 그 뒤에 이민복 (1) | 2015.01.06 |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까닭 (0) | 2015.01.06 |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훼방인가? (0) | 2015.01.05 |
“전선에 다시 돌아가리라” (0) | 2015.0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