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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책
권말선
내가 거리로 나선 게 소문났는지
가을이 성큼성큼 따라 나온다
바닥을 뒹구는 잎 하나
내리쬐는 햇살 받더니
하품 한 자락 길게 하고
건방지게 돌아눕는다
바스락,
뒤척이는 저 게으름
푸른 하늘 베고 누운
앙상한 가지들
하늘빛에 흠뻑 물젖었고
푸르름 한 방울 금방이라도 뚝!
땅을 베고 누운 낙엽 위로
떨어질 것 같다
고요한 듯 시끌한 가을 오후
은행잎은 나 몰래
어제보다 좀 더 노오래지고
아무도 앉지 않는 빈 의자
햇살과 바람만 분주히
몰려왔다 스쳐가곤 한다
앙탈 부려봤자 소용없대도
한 번 뻗대보자는 심산인게지
철쭉은 기어이 빰빠밤 꽃나팔 불며
하나 둘 셋 넷 다섯...
봉오리들 깨우느라 용을 써 댄다
10월도 하순인데, 저러다 서리맞을라
그만 집으로 가려는데 아쉬운 얼굴의
달님이 쪼르르 배웅 나온다
그 아이 살폿 감은 눈썹마냥
어제는 그렇게 가늘더니만
오늘은 뭘 먹고 불었나
둥실해진 내 눈두덩 같은 너,
까만 하늘에 걸친 나뭇잎 곁에서
저는 달'잎'이라며 깔깔 웃어제낀다
푸른 향 바스락대던 가을아
오늘 하루 잘 놀았구나
갈꽃은 더 곱게 피우고
갈잎은 떨구게 되겠지
잔가지 잘 여미려무나
밤바람이 꽤 차다
짓궂은 바람이 와삭!
나뭇잎 한 장 떼먹고
달님 궁둥이 한 번
걷어차고 달아나는 걸
못 본 척 옷깃 여미고
집으로 총총 돌아왔다
또 보자,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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