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등판
권말선
바람포, 비포, 눈포 합쳐서
세포라 부른다지
드넓은 황무지 옥토로 일구기 위해
오랜 세월 꿈을 키우며 바쳐 온 날들
한 뼘 한 뼘 알뜰히 밟으며 가꾼 땅
그 위에 흘린 고귀한 땀방울들
끝 간 데 없는 들판 우에
드센 바람 막을 방풍림 둘러치고
푸른 풀잎 비단처럼 깔아
온갖 가축 풀어먹이자면
날포
발포
땀포
얼마나 쏟아 부었으랴
거친 바람에 한 줌 흙이라도 날아갈까
휘어져 퍼붓는 비에 한 줌 땅이라도 스러질까
냉기서린 눈발에 한 줌 씨앗 얼지나 않을까
하나된 뜨거움으로 일궈 놓은
젊은 꿈 가득 설레는 대지여
아직은 볼 수 없어도
아직은 밟을 수 없어도
가슴으로 느껴오는 광활한 들판
그 푸르름 손에 잡힐 듯 선해라
할 수 있다면 나도
한 자락 맑은 구름 되어
땀 식힐 그늘 만들어 주고 싶어라
할 수 있다면 나도
한마리 꿈틀대는 지렁이 되어
건강한 거름 한 움큼 보태고 싶어라
아, 할 수 있다면 나도
저 들판 한 번 신나게 뛰놀며
푸른 풀내음 한껏 취해보고 싶어라
강원도 세포군, 이천군, 평강군 드넓은 땅에
누구의 뜻, 사랑, 숨결은 고고히 흘러 흘러
그토록 풍성한 대지 가꿔 낼 힘 되었던가
꿈도
미래도
웃음도
파도처럼 넘실대라
풀빛바다 세포등판
그리운 들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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