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한 종점
조벽암(1956)
헐떡이며 내닫는 것은 너 뿐이랴
가까이 다가올수록
벅차만지는 나의 숨결
미역내 구수히 풍겨오고
동백꽃 붉게 타는
남쪽 바다가
그리운 내 고향은 이길따라
부산으로도 가지
여수로도 가지
기관차야!
숨죽이지 말고
그대로 가자꾸나.
덜커덩 선 다음
왜 꿈쩍도 않으냐
달려오던 그 기세 어따 두고
너도 안타까우냐
들이 울어 쌓는 기적소리
김 빼는 소리
여기가 오늘의 종점이란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나는 또 짐을 내려야 하나
한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워진 이곳이
무척 반갑기는 하다만
다시 천근 추에 매여 달리듯
흠에 돌처럼 우뚝 서
남쪽 하늘을 바라본다.
내 이곳에서 우선 행장을 펴
네 앞길을 닦으며
손꼽아 기다리리니
하루속히 가자꾸나
너, 나와 약속한
남으로 뻗힌 지향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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