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쌀
고재종
모처럼 남북한 쌀 거래 소식 듣고
정성이 크면 돌 위에도 풀이 돋는가 했더니
웬걸 쌀밥도 안 먹는 양키들이
국제교역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다 된 밥에 재 먼저 뿌렸다니 할 말 없다
그러니까 분단된 형제들끼리의 내국거래조차
수출이해 당사국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벼른 잔치에 물도 못 떠놓게 했다니 기막힌다
부조는 안하더라도 잔칫상이나 차지 말지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어깃장 놓으며
아닌 자리에 날건달 행세를 했다니
세상에 별 해괴한 일도 있어 남우세스럽다
자고로 흥정은 붙이고 쌈은 말리라 했는데
쌈은 붙이고 화해는 깨는 그 심술은 무엇인가
더욱이 저들 개 귀에도 안 먹힐 나발 소리에
나갔던 상주 제청 달려들듯 허둥대며
보낸다는 쌀 못 보내는 저들은 누구인가
아, 역시 쌀밥 안 먹는 노린내 양키는 뭘 몰라
아, 역시 그들의 샅이나 핥는 주구들은 뭘 몰라
쌀은 우리 분단된 형제의 생명밥인줄 왜 몰라
쌀은 우리 피 나눈 형제의 통일밥인 줄 왜 몰라
모처럼 남북한 쌀거래 소식 듣고
정성이 크면 홍두깨에도 꽃이 피는가 했더니
이윽고는 애먼 북쪽 형제에게만 핑계를 대며
저들 염병에 까마귀 소리까지 하니 할 말 없다
아니 아니 아무리 혓바닥 아래 도끼 들었다지만
오늘 우리 농민들 반미! 반정부!로 나가버려도
우리에겐 책임없다 우리에겐 불의 없다
-1992년 시집 [사람의 등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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