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갈아엎어야 할 것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한성
아니지
이건 아니지
시퍼런 눈이 있고
뚫린 귀가 있는데
이건 아니야
하지 말아야 돼
저 논두렁
함부로 무너져서는 안 되지
갈아엎어져서는 안 되는 거야
누구나 다 아는 일이잖아
벼까지 고꾸라지고 뭉그러져
쌀들이 낱낱이 살해당하면
하늘에서 기어코
무엇인가
내려오고 말 거야
저 논, 단군 이래
언제 한번이라도 묵혔던 적 있었나
폭우가 쏟아져도
태풍이 휩쓸어도
소나기같이 잠시였을 뿐
벼들은 어김없이 자라났고 쌀은 영글었어
허리춤 받치고 서서 사람들은
목 메이는 하늘을 보았지
밤새 어둠을 적시는 눈물,
가장 높은 마을 뒷산에 올라
하늘을 따르는 논들을 봤지
천벌을 받을 게야
저 논을 갈아엎도록 만든 놈들
그렇고말고
하늘에서 벌이 내려와
죄다 갈아엎고 말게야
암, 그렇고말고
더 벼려야할 삽
더 실해야 할 트렉터
북악산을 뒤에 깔고
이순신 동상을 앞세워놓고 있는
귀축들
논두렁 무너지게 하는
쌀 짓이겨지게 하는
그 귀축들을 향해
넓은 신작로로
나아가거라, 달리거라
아이들 사이
학생들 사이
공장의 노동자들 사이
단군이 내려다보고
이순신 장군이 호위해줄 게야
그곳으로 가
천벌처럼
갈아엎으렴
저 귀축들
끝내 갈아엎으렴
낱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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