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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시

진정 갈아엎어야 할 것_한성

by 전선에서 2015. 10. 26.








진정 갈아엎어야 할 것

-1114일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한성 



아니지

이건 아니지

시퍼런 눈이 있고 

뚫린 귀가 있는데

이건 아니야

 

하지 말아야 돼


저 논두렁 

함부로 무너져서는 안 되지

갈아엎어져서는 안 되는 거야 

누구나 다 아는 일이잖아

 

벼까지 고꾸라지고 뭉그러져 

쌀들이 낱낱이 살해당하면

하늘에서 기어코

무엇인가

내려오고 말 거야

 

저 논, 단군 이래

언제 한번이라도 묵혔던 적 있었나 

폭우가 쏟아져도 

태풍이 휩쓸어도

소나기같이 잠시였을 뿐

벼들은 어김없이 자라났고 쌀은 영글었어


허리춤 받치고 서서 사람들은

목 메이는 하늘을 보았지

밤새 어둠을 적시는 눈물, 

가장 높은 마을 뒷산에 올라 

하늘을 따르는 논들을 봤지

 

천벌을 받을 게야

저 논을 갈아엎도록 만든 놈들

그렇고말고

 

하늘에서 벌이 내려와

죄다 갈아엎고 말게야

암, 그렇고말고

 

더 벼려야할 삽

더 실해야 할 트렉터

북악산을 뒤에 깔고

이순신 동상을 앞세워놓고 있는

귀축들 

논두렁 무너지게 하는

쌀 짓이겨지게 하는

그 귀축들을 향해

넓은 신작로로

나아가거라, 달리거라

 

아이들 사이

학생들 사이

공장의 노동자들 사이

단군이 내려다보고

이순신 장군이 호위해줄 게야


그곳으로 가

천벌처럼

갈아엎으렴

 

저 귀축들

끝내 갈아엎으렴

낱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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