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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학살자를 보았다

by 전선에서 2021. 11. 28.

학살자를 보았다
- 산내 골령골, 노근리 쌍굴다리를 다녀와서

권말선


우리는 보았다

1950년 여름의 골령골
전쟁보다 한 발 먼저 달려와
미친 듯 날뛰던 학살의 만행을
끝도 없이 트럭에 실려 온 사람들이
한 순간 주검이 되어 구덩이에 묻히는 걸
그날,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총을 든 군인도 경찰도
학살의 지휘관 미군도
모두 적이었다

우리는 또 보았다

전쟁을 모르던 산골사람들
전쟁을 핑계로 허허벌판으로 내몰고는
비행기에서 포탄 마구 쏟아붓는 걸
노근리 쌍굴다리 아래
살자고 들어간 사람들에게
다 죽이겠노라 작정하고
쉴 새 없이 총알 퍼붓는 걸
울음을 뺏긴 아이들, 피를 토한 어른들
미군이 저지른 72시간의 학살을

우리는
아직도 보고 있다
우리 가까이 있는 학살자 미국을
그때 그들이 퍼붓던 총포는
이제 전쟁연습으로
세균무기실험으로
동맹강요로 이어졌고
평화와 통일을 모조리 학살하려
지금도 미친 듯 날뛰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보고만 있으랴
더 이상 그럴 수는 없으리

이제는 모두 갚아줘야 할 때다
간섭도 학살도 점령도 끝장내야 할 때다
골령골에서 노근리에서
가슴에 모셔 온 혼불 앞세우고
학살자의 명줄 끊어 놓아야 할 때,
그리하여 진정한 해방을 가져야 할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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