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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낮새 밤쥐

by 전선에서 2014. 3. 19.

낮새 밤쥐

    
             권말선




역적질을 하는 것도 아니요
사기질로 떼돈 벌어 숨긴 것도 아니고
통일이 곧 온다기 고맙고 기뻐서
노래 좀 들었다고
공부 좀 하였다고
쥐들이 내 주변을 얼씬얼씬,
무슨 소릴 하고 있나
누구를 만나나 허구헌날
염탐질을 한단다

멀리 있는 벗 그리워도
이래서야 어디 안부나 묻겠나
온라인 강의로 시 좀 배울려도
이래서야 어디 맘 놓고 공부 하겠나
오랫만에 친구가 만나쟤도
이래서야 어디 냉큼 기차를 타겠나
정말로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니
이래서야 찝찝하게 무슨 자유가 있나

훠이 훠이 모두 저리 꺼져라!
제 구린 것 가리려 남 뒤 밟는 놈,
영장들고 떼로 와서 온 집안 뒤지는 놈,
권력빽 믿고 오라가라 해대는 놈,
그리고 무엇보다 남과 북 모두
행복할 통일이 내일이라도 올까
어떻게든 막아보려 어디로든 달아나려
전전긍긍 안절부절
찍짹 찍찍짹 몰려다니는 놈들아

그러는 시간에 차라리
민족 앞에 사죄하고
진정 참다운 삶 살아갈
다짐을 하는 것이 백번 낫지 싶으다

남의 말 훔쳐 듣는 낮새 밤쥐
너 말이다!

 

 

201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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