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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송전삼거리

by 전선에서 2021. 3. 16.

송전삼거리

권말선

뽀얀 새벽안개
종종 걸음으로 걷어내야
비로소 아침이 열리는
작은 동네 자그만 삼거리

예닐곱 걸음이면 끝나는
횡단보도
숱한 걸음에 닳고 닳아
맨질맨질하다

100년 전에는 
3.1의 만세소리 
독립의 발걸음
쏟아졌다던 곳

지금은 오산, 안성, 용인으로
서울, 분당, 수원으로
아침엔 쫓기듯 떠나고
저녁엔 말없이 모여드는 곳

다방 꽃집 식당 미용실 사진관
때로 간판이 바뀌기도 하며
서로 옹기종기 기대 앉은
느리고 조용하고 야트막한 삼거리

지금은 저리 한갖지게
차들이 더듬이를 켜고
이리저리 굴러가는대로
고요히 누워 흐르지만

언젠간 떠나는 발걸음보다
찾아오는 발걸음
지나가는 발걸음보다
머무는 발걸음 더 많아지겠지

3.1의 만세보다
더 우렁찬 해방세상 만세소리
왕왕 울려퍼지는 날 오겠지
송전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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