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분석과전망>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
북미협상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정세흐름에 따르면 없어 보인다. 북의 대남공세로 시작되고 있는 대미공세 예고 등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정세 흐름을 좀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북미 간 대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북미 간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데는 아직 시간이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29일 독일마샬기금(GMF)이 벨기에서 개최한 인터넷 화상간담회에서 한 이야기다. 11월 미 대선 전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한 지 묻는 질문에 “남아 있는 시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미친 어려움으로 인해 북미가 직접 대면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외교의 문은 열려있고 미국은 탄탄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를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북미협상 시사처럼 보인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0일 미 싱크탱크 국익연구소가 개최한 ‘가장 긴 전쟁:한국전 70년’ 화상 세미나 축사에서 “대화와 진전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물론, 북이 미 대선 시기에 할지도 모르는 군사적 대미공세를 미리 저지하겠다는 의도도 동시에 읽힌다. 비건 부장관이 “북이 여전히 자원을 군사적 역량에 쓰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그에 대응해 미국은 완전한 억지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하고 한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팽팽하다. 미국은 쉬지 않고 한반도에 정찰자산을 띄우고 전략자산 전개를 하는가 하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예고해놓고 있다.
북의 태세는 더 완강하다. 5월 23일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확대회의를 개최해 ‘조성된 대내외정세에 부합하는 국가핵발전전략을 토의’를 한 뒤 ‘미국의 장기적인 핵전쟁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핵전쟁억제력 강화’를 언급했다. 이어 6월 12일엔 리선권 외무상이 담화를 통해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유지하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로 북을 일상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에 핵전쟁 억제력 강화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구체적 표현이 대남공세와 대미공세다.
북미간 이러한 군사적 긴장은 그러나 오히려 협상의 여지를 넓히는 측면이 있다. 북의 대남공세.대미공세와 미국의 대선이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경우다.
북이 가하고 있는 대남공세 그리고 이후 동시에 가해질 대미공세는 필연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촉발시키게 된다. 그리고 그 한반도의 위기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으로 미사일처럼 날아가 미 본토를 관통하게 될 것이다. 단언해도 된다. 그 종심이 미 대선이다.
현재 트럼프의 대선시계는 열세다. ‘세계 1위 코로나19 발병대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데다가 흑인 사망 이후 인종차별에 대한 집단 분노가 끓고 있어서다. 특히 내세울 만한 외교안보 치적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볼턴 회고록의 영향력도 적지 않다. 여기에 북의 군사적 대미공세까지 겹치게 된다면 상황은 최악이 된다. 가을이 오기도 전에 승패는 확정될 것이다. 트럼프의 패배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캠프는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 자본주의 정치생리가 원래 그렇다. 트럼프 캠프는 필시, 정세 흐름을 세밀히 들여다보면서 열세를 우세로 되돌릴 수 있는 방도를 찾고 있을 것이다. 어렵지 않다. 있다. 외교안보에서 치적을 만들어 화려하게 치장을 하는 일이다. 사실, 눈에 훤히 보이고 또 손에 또렷이 잡힌다.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다.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는 새롭지도 생소하지도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려고 했던 매우 익숙한 사업들이다. 싱가포르회담 때 합의하려고 했으나 볼턴 안보보좌관과 폼페오 국무장관 발부리에 걸려 회담탁에만 올랐을 뿐 무산됐던 게 종전선언이다. 대북제재 완화 역시 하노이회담 때 하려고 합의문 초안까지 마련했던 것으로 볼턴, 폼페오가 아베까지 끌어들여 반대를 하고 여기에 코언청문회 등 민주당의 공세가 결합되면서 좌절됐었다. 당시 주 의제였던 '종전선언.대북제재 완화 대 영변 핵기지 폐기'는 지금도 유효하다. 물론, 북이 정세발전의 요구를 반영해 종전선언을 더 높은 의제인 평화협정으로 바꿔놨을 수는 있다.
대남공세 대미공세가 촉발시킬 한반도 긴장은 트럼프에게 반북세력의 반발로 하지 못했던 그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를 결단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 환경이다.
트럼프 캠프는 후보가 유세장에서 ‘국민여러분! 난, 또 다시 찾아온 한반도 전쟁위기를 또 다시 막아냈습니다’라고 소리치게 할 수도 있다. ‘저의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조치가 없었다면 한반도는 화염과 분노에 휩싸였을 것이고 우리 머리 위엔 북의 핵미사일 불똥이 떨어졌을 것입니다’라고 포효하게 해 트럼프가 ‘미치광이’가 아니라 ‘평화메신저’라는 걸 보여주려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열세를 만회할 수 방도로서 이 보다 더 좋은 건 없어 보인다. 유일한 것일 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인 북의 대미공세와 그로 인한 한반도 긴장은 트럼프 캠프의 정략적 판단에 따라 그렇게 호재로 바꿔질 수도 있다. 주관적 바램을 집어넣은 그렇고 그런 상상이 아니다. 정세흐름이 예고해주고 있다.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결국, 트럼프가 지금의 열세를 만회해 재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일 수 있다. 희망이 아니라 정세흐름 상의 제기다. 트럼프는 따르면 된다. 그 뒤에 차려질 것이 대선승리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남북관계 개선은 그렇게 길을 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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