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봄
권말선
이 봄이 한없이 기쁜 이유는
숨죽였던 잔가지에 물길 열려
연두빛 새순 돋아나기 때문
꽃등 일제히 불 밝혔기 때문
주체할 수 없는 이 기쁨
참새인 양 포로롱 춤을 출까나
쌀농사 지으면서도 배곯던 농민
기계를 돌려 제 몸 깎아야했던 노동자
떡볶이 팔러 길거리 전전하던 빈민
366일 밤낮으로 불안했던 비정규직
희망으로 달뜨지 못했던 수척한 청년
평등 앞에 늘 작았던 여성도 장애인도
얼레지 복수초 할미꽃
꽃다지 제비꽃 민들레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복숭아꽃처럼
발길 머무는 곳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주인’이라는 이름의 꽃으로
가슴의 열망 꼭 부여잡고
설레게, 아리게
천지사방 등불로 일어났으니
민중의 힘 꽝 꽝 모아내어
억압의 겨울 훌훌 거둬내어
찬연한 봄빛 지천으로 물들일까나
아아, 이 땅은 이제부터 영원토록
향기 없는 사쿠라는 툭 툭 지고
민중의 꽃만 만발하여라
'시::권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쓴소리 (0) | 2020.06.11 |
---|---|
[시] 분단선 앞에서 (0) | 2020.06.11 |
[시] 고노 다로의 지옥도地獄圖 (0) | 2020.06.04 |
[시] <조선일보>바이러스 (0) | 2020.05.12 |
[시] 나무야 (0) | 2020.05.08 |
[시] 지구는 둥글다 (0) | 2020.03.05 |
[시] 어머니, 당신이 옳습니다! (0) | 2020.01.14 |
[시] 한겨울 파밭에서 (0) | 2020.01.14 |
[시] 추도(追悼)의 시 (0) | 2019.12.31 |
[시] 海になり (바다가 되여)/허옥녀 (0) | 2019.1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