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권말선
간지럽지 않니?
네 뿌리 어디쯤에 집을 짓고
열매의 단물을 실어 나르는
까만 개미들
네 등을 줄줄이 밟고 가잖아
따끔하지 않니?
행여 미끄러질까 꼭꼭 부여잡고
한 뼘씩 자라는
덩굴의 손깍지
네 허리 꼬집으며 오르잖아
네가 터 잡은 곳 빈틈으로
작은 풀들이
여린 꽃들이
헤집고 와 씨앗을 틔워도
꽃 피고 열매 맺는
네 수고로움을 얻어가려
벌레와 새들이 몰려와도
언제나 넉넉하구나, 너는
설령 조금 비좁아도
설령 조금 귀찮아도
때로 아프고 서운해도
부대끼며 정을 나누고
같이 기대어 살아가는
그것이 행복이란 걸
나무야, 네게서 배운다
너 혼자만 서 있었다면
아름답지 않았을 풍경
네가 사랑하는 이웃이 있고
너를 사랑하는 이웃이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며 살라는
고요한 가르침
고마워,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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