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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나무야

by 전선에서 2020. 5. 8.




나무야

 


권말선



간지럽지 않니?

네 뿌리 어디쯤에 집을 짓고

열매의 단물을 실어 나르는

까만 개미들

네 등을 줄줄이 밟고 가잖아

 

따끔하지 않니?

행여 미끄러질까 꼭꼭 부여잡고

한 뼘씩 자라는

덩굴의 손깍지

네 허리 꼬집으며 오르잖아

 

네가 터 잡은 곳 빈틈으로

작은 풀들이

여린 꽃들이

헤집고 와 씨앗을 틔워도

 

꽃 피고 열매 맺는

네 수고로움을 얻어가려

벌레와 새들이 몰려와도

언제나 넉넉하구나, 너는

 

설령 조금 비좁아도

설령 조금 귀찮아도

때로 아프고 서운해도

부대끼며 정을 나누고

같이 기대어 살아가는

그것이 행복이란 걸

나무야, 네게서 배운다

 

너 혼자만 서 있었다면

아름답지 않았을 풍경

네가 사랑하는 이웃이 있고

너를 사랑하는 이웃이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며 살라는

고요한 가르침

고마워,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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