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追悼)의 시
- 한 해를 돌아보며 생을 달리하신 이웃들에게 바침
권말선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네
시 한 조각 띄워주고 싶었네
눈물 한 방울이라도
그대 뒷모습에 실어주고 싶었네
떠나기 전 그대는
고개를 숙였던가
희미하게 웃었던가
꼭 그러안았던가
뒤를 돌아보았던가
통곡을 하였던가
얼굴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
이름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
사는 곳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
사연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
내 이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무렇게나 무심하였던
나를 책망해보네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
나만 빠지지 않으면 된다고
나만 다독이며 살았던
나를 미워하네
가난으로 하여
절망으로 하여
인정 없음으로 하여
더 이상 그대 떠나지 않도록
나만 다독이지 말며
이웃도 다독이는
우리들의 삶이길
그대 뒷모습에 빌어보네
촛불을 들고
통일노래를 부르며
조금만 견디면
조금만 더 견디면
가난이란 이제 없는
인정미 넘치는
그리하여 이런 아픔일랑
이제 없어도 되는
새 세상을 살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네
시 한 조각 띄워주고 싶었네
눈물 한 방울이라도
살아생전 아프고 외로웠던 그대
어느 날 서로 옷깃을 스쳤을지 모를
그대 홀연히 떠남을 떠나버림을 추도하네
힘겨워 떠나가신 그대
영혼 이제 부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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