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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추도(追悼)의 시

by 전선에서 2019. 12. 31.



도(追悼)의 시

- 한 해를 돌아보며 생을 달리하신 이웃들에게 바침


 

권말선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네

시 한 조각 띄워주고 싶었네

눈물 한 방울이라도

그대 뒷모습에 실어주고 싶었네

떠나기 전 그대는

고개를 숙였던가

희미하게 웃었던가

꼭 그러안았던가

뒤를 돌아보았던가

통곡을 하였던가

 

얼굴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

이름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

사는 곳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

사연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

내 이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무렇게나 무심하였던

나를 책망해보네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

나만 빠지지 않으면 된다고

나만 다독이며 살았던

나를 미워하네

가난으로 하여

절망으로 하여

인정 없음으로 하여

더 이상 그대 떠나지 않도록

나만 다독이지 말며

이웃도 다독이는

우리들의 삶이길

그대 뒷모습에 빌어보네

 

촛불을 들고

통일노래를 부르며

조금만 견디면

조금만 더 견디면

가난이란 이제 없는

인정미 넘치는

그리하여 이런 아픔일랑

이제 없어도 되는

새 세상을 살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네

시 한 조각 띄워주고 싶었네

눈물 한 방울이라도

살아생전 아프고 외로웠던 그대

어느 날 서로 옷깃을 스쳤을지 모를

그대 홀연히 떠남을 떠나버림을 추도하네

힘겨워 떠나가신 그대

영혼 이제 부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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