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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지소미아 사태의 의미

by 전선에서 2019. 11. 25.

약화.균열되고 있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공조

<분석과 전망>지소미아 사태의 의미

 

 


지소미아 종료를 하려던 문재인 정부가 1122일 종료 연기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일본 고위당국자가 일본외교의 퍼펙트 승리라고 했다. 이에 정의용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 외교의 판정승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도 언제든 우리가 지소미아를 중단할 수 있다. 칼자루는 우리가 쥔 것이라고 일갈했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정 실장과 김 원장의 입장은 지소미아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지소미아 문제는 한일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는 하지만 성격에 있어서는 한미간의 문제로서 본질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한국이 미국에 항복했다고 한 아베 총리의 말은 의미가 깊다.

 

지소미아는 한미 안보영역에서 핵심 사안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공조에서의 중요한 기제다. 한미관계를 기본으로 한일관계 더 나아가 중국까지를 포괄하는 동북아 정치지형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정확히는 동북아 정치질서 재구성에 대한 문제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반대는 강력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을 비롯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 등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대거 방한해 문재인 정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미 상원은 지소미아 연장 촉구 결의안을 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해 해리 해리스 미 대사도 압박행보의 강도를 높혔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한국의 분단세력들은 미국 그 입장에 빛 샐 틈 없이함께 했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농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종료 연기 조치에 대해 자주통일진영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남북 합의이자 북미정상이 인정한 한반도 평화를 유린하고 지소미아 폐기를 바란 촛불국민들을 배신한 것이라면서다. 범 촛불진영인 개혁세력들은 한미동맹의 현실을 들어 문재인 정부의 종료 연기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전략적 결정인만큼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미국이 역대급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면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연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소미아는 미국의 기본전략인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그리고 한미일안보공조에 뿌리를 박고 있다. 애초,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묶어 한미일3각군사동맹을 구축하려 했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귀환정책이 그것이었다. 아시아귀환정책은 한미일3각군사동맹 구축을 단기적 목표로 했다. 한미일3각군사동맹 구축에서 나서는 관건적 문제는 한일안보공조였다. 한일관계문제 상 만만치 않은 일이다. 상존하고 있는 한일갈등을 해소해야만 성립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강수를 뒀다. 한미일3각군사동맹 구축을 위해 한일갈등 해소에 진력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일 안보공조를 통해 한일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에 부응한 이명박정부의 태세가 밀실합의였다. 그러나 한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았다. 이에 오바마 정부는 더 깊게 개입을 한다. 마침내 성과가 났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졸속합의가 그것이었다. 지소미아는 그렇게 태어났다.

오바마의 아시아귀환정책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고 트럼프 정부 들어 파탄이 났다. 한미일3각군사동맹도 더불어 파탄이 났다. 미 세계패권의 약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미 세계패권 약화는 미국 내부 모순을 반영한 것이었지만 북중러의 부상이 외부적으로 작동한 결과이기도 했다. 북중러 부상에서 핵심은 단연 북의 핵무력 완성이었다. 핵무력 완성으로 핵보유 전략국가로 등극한 북에 밀린 미국의 전쟁세력들은 아시아 귀환정책이 파탄난 자리에 인도태평양전략을 세웠다. 동북아패권전략의 또 다른 형태였다. 그에 따라 한미일3각군사동맹이 파탄되고 난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게 한미일 안보공조다.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는 미 전쟁세력의 기획인 한미일 안보공조에 대한 반발이었다. 언뜻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결단처럼 보였다. 촛불국민들의 투쟁 결과처럼 보이기도 했다.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선언에 추동된 정세흐름의 반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갈등 과정에 지소미아를 들고 나왔다는 것은 사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미국의 안보 기제를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카드로 삼았다는 점에서다. 비록 미국의 압박에 밀려 종료에서 종료 조건부 연기로 선회하기는 했지만 지소미아는 문재인 정부에게 여전히 정치적 카드가 돼 있다. 김 준형 원장이 우리가 언제든 지소미아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한 말이 갖는 의미다. 사변적인 일이다. 지소미아의 지반인 한미일 안보공조와 그 바탕인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있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 전략전문가들이 곧바로 반응했다. 부시 정부 시절 미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리처드 아미티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1123일 워싱턴포스트(WP)'66년간 이어진 미국과 한국 간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The 66-year alliance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is in deep trouble)'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한국은 소중한 합의를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을 한일 간 경제적·역사적 분쟁에 개입하도록 했고 이는 동맹 남용 행위"라고 했다. 이어 "한미 간 신뢰에서 이미 손상이 생겼다고 했다. 정확하다. 그만큼 의미가 깊다.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안보공조가 치명적으로 균열되고 있음을 이들은 정확히 감지한 것이다.

 

한미동맹 균열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도 확인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문재인 정부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분담금의 천문학적 증액 요구는 한미동맹을 이용한 트럼프의 대선전략이다. 동맹을 정략적 이해관계로 환원시킨 것이며 오직 돈으로 환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정략적 카드로 삼은 것은 트럼프의 특성만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미 세계패권 약화를 중심에 놔야만이 정확한 설명이 가능하다. 트럼프 정부는 약화돼가고 있는 한미동맹을 살릴 의지도 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권력의 정략적 소재로 삼고 있을 뿐이다. 분담금 증액을 관철시키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론을 흘리는 것이 갖는 의미다. 결정적이다. 한미동맹의 최고 정점인 주한미군 문제가 트럼프 정권의 정략적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건 한미동맹이 끝자락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미 전문가들이 분담금 협상 장에서 미 대표단이 중간에 나간 것을 두고 동맹 간 균열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드문 사례라고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정확한 서술이다. 아미티지와 빅터 차도 WP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하면 미 외교정책에 재앙"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모든 것들은 핵보유 전략국가로 등극한 북이 70여년 넘게 지속돼왔던 북미대결전을 종식국면에로 인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동맹의 주요 범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겐 정치적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에겐 정략적 카드로 전락하고 만 것이 갖는 전략적 의미가 이것이다.

 

정세 흐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입장이 종료인가 종료 연기인가 하는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둘 다 공히 지소미아를 필요로 하는 한미일안보공조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세는 머지않아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인 한미동맹과 인도패권전략의 핵심기제인 한미일안보공조가 어떠한 궤적을 그리며 파탄나는 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카드로까지 전락해 이미 그 지반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한미동맹과 한미일안보공조는 단 한 방으로 완전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 한 방이 3차 북미정상회담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놓게 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이정표 즉, 구체적으로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설계도는 지금에 들어 헐떡거리고 있는 한미동맹과 한미일안보공조의 명줄을 대단히 세련된 방식으로 완전 끊어놓게 될 것이다. 내년에 있을 일이다. 북은 내년 11, 그 대강의 그림표를 신년사에서의 웅대한 작전으로 보여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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