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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북미실무협상 결렬 후 북이 미국에 또 다시 던져준 두 가지 선택지

by 전선에서 2019. 10. 7.

새로운 셈법이냐 새로운 길이냐

<분석과 전망>북미실무협상 결렬 후 북이 미국에 또 다시 던져준 두 가지 선택지

 




북미실무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고 난 뒤 열리는 데다가 3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작성하는 협상이라 많은 사람들이 많은 기대를 했었다. 특히 6.12북미공동성명의 내용을 상기하면서다.

6.12북미공동성명 합의내용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필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유해 송환 등 총 4가지다. 북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해 핵.미사일 시험을 중지하고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했다.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였다. 이어 유해 송환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9.19남북군사합의를 내오고 신년사를 통해 평화협정을 제기하는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을 했다.

북은 6.12북미공동성명 이행에 충실했지만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이행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역주행이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15차례나 대북제재를 가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진전을 가로막았다. 중지하겠다던 한미연합군사연습마저도 재개하고 한반도 주변에 수시로 첨단 전쟁 장비들까지 끌어들이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유린했다. 미국은 북의 생존권과 발전권에 대한 위협을 없애지도 멎지도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는 사실, 미국의 전향적 입장에 대한 고대였다.

 

협상이 결렬된 건 미국이 그동안 북의 6.12북미공동성명 이행에 부응할 만한 새로운 셈법을 내놓지 않아서였다.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평가에 의하면 미국은 여전히 독선적이고 일방적이었으며 구태의연했다. 새삼스러울 건 없다. 제국주의 미국다운 태세다.


미국은 협상을 왜, 결렬시킨 것일까?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

김명길 대사가 6일 북미협상 결렬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또 다른 계산법을 들고 나온다면 올해 중으로 다른 협상에 나올 의향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말했다. 미국이 협상에 대해 어떤 입장과 태세를 갖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협상을 위한 협상이었으며 구체적으로는 시간을 끌기 위한 협상이었다는 설명이다. 특별하지는 않다. 오바마 대통령도 그랬었다. 북이 핵미사일 능력고도화를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대책을 내놓을 대신에 전략적 인내정책을 내와 대북적대로 일관하는 형태로 시간을 끈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수장들이 갖는 전반적인 특징이다. 그들은 북이 신흥핵강국이 되든 핵보유 전략국가가 되든 그것이 미국의 세계패권을 무너뜨리는 전략행보라는 것에는 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북미관계를 국내정치 일정에 이용하는 정략적 목적만을 추구했다.

트럼프 정부 역시 북이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 상황에만 만족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핵시험도 ICBM 발사도 하지 않는다며 치적처럼 이야기를 하곤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이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 상황이 재선에 유리하다는 정략적인 판단도 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 정부에게 대화는 대결을 끝내기 위한 것이 아니며 타결을 목적으로 하는 협상도 아니다. 대화도 협상도 그저 시간을 끌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협상 결렬 후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미국은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의 초청을 수락했었다"고 한 것이 정략이나 시간 끌기로 보이는 이유다.

 

미국이 2주 안에 실무협상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지만 북의 인내는 고갈될 수도 있다. 북 입장으로선 미국이 수레를 말 앞에 뒀는데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이 인내를 끝내면 그로부터 곧바로 시작되는 게 있다. ‘새로운 길이다. ‘새로운 길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 11일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했던 개념이다. ‘핵전력 강화의 길이다. 신흥핵강국 북이 추진하게 되는 핵전력 강화는 핵강국이 되기 전 추진했었던 핵무력 고도화와는 차원도 범주도 다르다. 북이 신형 잠수함 건조에 이어 최근 SLBM시험을 진행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하노이 회담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데다가 그 뒤 열린 실무협상마저 결렬된 것은 북의 새로운 길을 가능케 하는 정세들이다. 북이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겐 치명타가 된다. 북이 내년 봄, 날이 매우 좋은 어떤 날을 택해 태평양 상공에 역대급 수소탄을 쏘아 올리는 상황이다. 북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외교적 업적으로 삼아 대선에 임하겠다는 트럼프의 셈법은 단숨에 틀어지고 말 것이다. ‘핵미사일 시험을 못하게 한다고 했잖아, 근데 이게 뭐야!’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며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로 쏠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의 새로운 길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 보다 더 위력한 핵폭탄급 악재가 되는 것이다.

북은 그렇듯 제국주의 미국과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해 대화와 협상이 아니라 고전적인 방식을 채택하며 핵확산 문제까지도 부각시킬 수 있다.

 

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제거하는 것

협상 결렬 후 김명길 대사가 밝힌 새로운 셈법이다. 미국에 쐐기를 박는 모양새다. 미국이 스웨덴 정부를 시켜 제시했다는 2주 후 추가 협상이 주목된다. 미국이 전향적 입장을 갖는다면 추가 협상까지의 기간은 새로운 셈법을 만들어 장착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북이 미국에 또 다시 던져준 선택지는 이처럼 두 가지다. 북의 안전과 발전을 위협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해 북의 생명권과 발전권을 담보해주는 새로운 셈법마련이 그 하나다. 또 하나는 북의 핵전력 강화의 길인 새로운 길을 감수하는 일이다. 미국은 어떤 선택지를 쥘 것인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107일부터 딱 2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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