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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란의 속살

by 전선에서 2019. 11. 30.

한미동맹 종언과 주한미군 철수의 징후

<분석과 전망>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란의 속살

 

 



트럼프 정부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논란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게 있다. 분담금 증액 논란이 한반도 문제의 근본문제인 한미동맹 종언 문제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전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유세장에서 한 말이다. “우리 지도자들이 미 중산층을 그들의 망상적인 글로벌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기 위한 돼지 저금통으로 썼었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전임 대통령들이 '부자 나라'들을 방어하는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고 비판을 한 것이다. 작심 비판이다.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작심 비판은 동맹들에게도 그대로의 무게로 가해졌다. 곧 출간될 전기에서 동맹이 미국을 벗겨먹는다라고 일갈한 것이다. 새롭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한 것이 모두 다 잘못된 일이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부와 동맹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을 두고 단순히 대선용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사실, 매우 특별한 정치적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 정부와 동맹들에 대한 비판은 전략적 태세로서 모양새를 갖고 있다. 기존 미국의 동맹관을 뿌리에서 뒤흔들어버린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동맹관은 미 패권을 다른나라의 정치와 군사 안보 그리고 경제 영역 등 다에 전방위적으로 관철시키는 총체적 개념이다. 그게 가장 완전하고 가장 정밀하게 표현되고 있는 대표적인 게 한미동맹이다. 미국 동맹관이 미국에 어떠한 정치안보적 이익을 차려주는지는 미 전문가들이 설명을 잘 주고 있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전문가 3명은 26일자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를 얻고 있다"며 그것들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큰 발언권을 얻고 예상치 못한 위기에 더 큰 군사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정확하다.

 

트럼프의 동맹관은 복잡할 것이 없다. 단순하고 간결하다. 동맹의 기존 가치 중에서 정치와 안보 영역을 거세해버린다. 그리고는 경제논리만을 우선해 취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에서 한국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해 사드의 중국 견제력엔 눈을 감고 "미국이 너무 많이 주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고 불평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의 동맹관은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논리에서도 확인된다. 트럼프 정부는 북 위협을 막아주는 데에 발생하는 비용을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대야한다면서 주한미군 주둔비 전액인 분담금 5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안보적 가치에 대해선 선을 긋고 오직 경제논리만을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을 두고 얼핏, 경제적 동맹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엄격히 접근하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돈만을 앞세우는 동맹은 애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동맹이 자기 명을 다하면서 주한미군 분담금 논란을 계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트럼프의 경제적 동맹관이다.

정치와 군사 안보의 의미는 밀어내고 돈만을 우선시하는 트럼프의 경제적 동맹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적 특성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다. 트럼프의 ‘America First’가 외교영역에 채택하고 있는 신고립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의 경제적 동맹관이다. 트럼프의 경제적 동맹관은 일단, 그만큼 과학적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제적 동맹관은 트럼프의 ‘America First’가 미 세계패권 약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세계패권 약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동맹 종언을 예고해주는 징후다.

 

한미동맹에서 돈만을 우선시하고 군사안보적 가치를 버린다는 것은 주한미군의 존재 근거를 뿌리째 흔들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은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사 훈련 및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그리고 한미관계 전반을 규정하는 전반의 법적 제도적 장치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핵심이 주한미군이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전쟁세력들이 70여년 한미동맹에서 가장 높은 위상으로 자리매김시켜 놓은 최고의 안보기제인 것이다.

 

한미동맹 그 자체인 주한미군의 존재근거가 트럼프의 경제적 동맹관으로 인해 뒤흔들리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전쟁세력들에겐 치명적이다.

WP26'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이 방위를 위해 더 많이 지불하길 원한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방위비 공세가 주한미군 감축·철수의 '구실'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언론인 도널드 커크도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에 실은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을 배신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에 대해 "양 동맹들로부터 미군을 감축하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그가 한일에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면 아마도 그는 미군 철수에 대한 완벽한 핑곗거리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에 대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그들이 지불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는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

분담금의 천문학적 증액 요구가 주한미군의 존재근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러한 문제의식들은 위기의식의 발로이다. 그들이 절감하고 있는 위기의식이 얼마나 큰 지는 그들이 동원하고 있는 억지 논리에서 보다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철수가 국제적 군사분쟁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동맹국들의 핵무장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억지논리는 방위비 증액 문제를 중국과 북에 결부시키는 것으로까지 확장돼 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동맹을 깰 경우 북이 더욱 군사적 우위에 놓일 수 있다고 했다. WP"66년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중은 최근 군사적·안보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합의를 했다"며 한·중간 밀착을 강조했다.

 

이쯤 되면 트럼프의 분담금 증액을 반대하는 미국 내의 흐름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가 명확해진다일단반대를 위한 반대로 진영논리다. 트럼프 반대를 위해 분담금 증액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주한미군 존속을 위해 주한미군 주둔 근거를 위협하는 분담금의 천문학적 증액 반대를 하고 있는 게 그 본질이다. 주둔비의 천문학적 증액을 반대하는 것은 당장엔 트럼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며 종국적으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정세흐름에 따르면 이는 미 전쟁세력들의 발악이다.



종언으로 치닫고 있는 한미동맹을 부여잡고, 철수할 수 밖에 없는 주한미군을 존속시켜 보려는 미 전쟁세력의 발악은 그러나 오래 갈 수가 없다. 주한미군 분담금 논란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우연히 생겨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세흐름에 따르면 현 시기 주한미군 철수문제의 부각은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구사하고 있는 반제평화전략과 결부시키지 않고서는 온전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정치적 주장이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북의 반제평화전략이 미국의 세계패권 약화 속도에 가속도를 붙이며 평화를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발생된 합법칙적 현상이 주한미군 철수문제인 것이다.

 

북의 반제평화전략은 북이 내놓는 말이나 글 등에서 확인되는 게 아니다. 북이 지난 28, 20171129일 핵무력 완성일을 기념해 초대형 방사포 연속발사시험을 했다. 올 들어 네 번째 실시한 것이었다. 고도는 97, 비행거리는 380였다. 한국에 있는 모든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들인 것이었다. 연발사격 능력은 30초였다. 네 개의 발사관에서 30초 간격으로 초대형 방사포가 터져 나오는 경우 주한미군 기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그렇게 물었지만 그러나 설명은 하지 않았다. 북은 주한미군기지 용 강위력한 최첨단 무기체계 하나를 또 그렇게 완성한 셈이다.

평상시인만큼 정치적 안보적 의미가 더 돋보였다. 한 전문가는 ‘13라고 했다. 지소미아로 한미일안보공조를 실현해보려는 미 전쟁세력을 겨냥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서울 중부 일대에서 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정찰기를 전례 없이 3대나 띄운 미 공군을 공격한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북이 협상기한으로 제시한 올해가 1달 밖에 안 남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 것이라고 했다. 현실에 부합하는 상식적 분석이다.

절묘한 건 택일이었다. 28일은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다. 121일까지 이어진다. 휴가를 즐기고 있을 미 전쟁세력들에겐 겁을 준 것이며 별장에 쉬고 있을 트럼프 대통령에겐 시간 끌지 말고 새로운 셈법을 완성하라고 메시지를 준 것이다.

첨단무장장비 방사포 한 대를 가지고 미 전쟁세력에겐 강력한 위협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겐 확실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은 사실, 예술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군사학자가 있다면 예술적 평화학이라고 할 법도 하다. 전문가들은 북의 반제평화전략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처지와 한미관계의 현실 그리고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주동하고 있는 정세 흐름 등이 확정해주고 있다. 한미동맹 종언과 주한미군 철수는 한 몸이며 그 위에 있는 게 북의 반제평화전략이다. 사람들은 가까운 시일에 주한미군 분담금 논란이 촉발시키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한미동맹 종언문제가 평양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어떻게 세련되고 부드러운 모양새로 결속되는 지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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