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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

코스모스를 위하여

by 전선에서 2014. 3. 18.

 

 

 

코스모스를 위하여


                               권말선


......어느 봄날 누군가 바쁘게 꽃길 가꾸시더니......

작년 가을의 코스모스길
도레미파솔랄라라
분홍 자주 하양
가녀린 줄기 한들한들
이어지다 끊기다 다시 이어지던
2Km 넘는 상하행 그 꽃길이

너무 밋밋해서 그랬나,
꽃들 향해 손 흔들며 날리던 내 사랑의 외침이
- 오! 얘들아, 안녕? 너희들 정말 예쁘구나! 사랑해, 고마워! -
너무 시끄러워서 그랬나,
올핸
한 쪽 길가엔 키 낮은 코스모스
한 쪽 길가엔 잡초만
덩-그렇구나

바쁘신 사또님 취향에는
길고 한가롭던 꽃길일랑 너무 사치였던걸까
어린 싹들 죄 뽑히고, 내 추억어린 기대도 다 밟히어
가을을 기다리던 이유였던
'코스모스 가득한 길'은 사라지고
작년 이맘때쯤의 희끔한 사진에만 남았어라

용인시 이동면 화산리 입구
은행나무 늘어 선 곳부터
덕성리 마을회관 앞까지 쭈-욱
이어지다 끊기다 다시 이어지며
코스모스 뭉실뭉실 가슴 설레이게 아름답던
(이제는 영영 사라졌는가)
아, 환상의 가을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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