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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변화되는 북핵 성격, 흔들리는 핵 비확산체계

by 전선에서 2016. 3. 15.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 비핵화

<분석과전망>변화되는 북핵 성격, 흔들리는 핵 비확산체계


자주통일연구소 한 성


 




북핵을 반대하는가 찬성하는가?

북핵과 관련해 나오는 이 질문만큼 단순한 것이 없다. 매우 비현실적이며 자칫 저열하기도 하다.

북한이 이번 4차핵시험을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세계핵질서를 요동치게 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정세지점이다. 북핵을 반대하는가 찬성하는가 하는 범주에 서서 보면 결코 읽힐 리 없는 정세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유엔 안보리가 취한 역대 최대의 대북제재에 대해 흔쾌히 동의를 한 것도 단순히 북핵 반대 입장에 대한 표현이 아니다.

북한이 수소탄 시험까지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제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의 고위 외교관리가 명료한 설명을 준다.

 

"북핵 문제가 비확산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threshold(분기점)'에 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

오 준 주 유엔 대사가 14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초대석'에 참석해 한 말이다. .러가 대북제재에 동참한 이유를 그는 그렇게 설명한 것이다.

 

탁월한 분석이다. 책상머리에서 나온 분석이 아니다. 대북제재 채택을 위해 유엔 현장을 발로 뛰면서 내온 분석이다. 그가 북핵에 대한 이론은 물론 현장 감각까지도 두루 갖추고 있을 것은 당연하다. 야전사령관인 것이다.

 

오 대사의 분석은 현 시기 북핵이 세계정세에서 어떤 성격 그리고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북핵문제가 처음 생겼을 무렵에 북핵문제는 북핵 폐기문제로서의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북핵문제 해결의 국제적 틀거리로 6자회담이 제시되었지만 6자회담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이 대북대결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6자회담국들은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그 과정이 북핵의 능력고도화가 줄기차게 이어지는 과정과 일치하고 있는 것을 눈 번히 뜨고 그러나 대책 없이 바라보기만 해야했다. 급기야 북핵 능력 고도화는 북한이 이번 4차 핵시험을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오 대사의 분석은 북핵의 성격이 폐기문제에서 비확산 문제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북핵의 성격 변화는 박근혜 대통령도 언급한 것이었다. 북한의 핵시험이 있던 날 박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로 들어가서는 북핵이 동북아 정세를 요동치게 할 것이며 북핵 성격을 바꿔놓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던 것이다.

 

미국이 북핵을 반대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언술이 하나 있다. 북핵이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현실은 북핵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본다는 미국의 언술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현실에 따르면 북핵이 위협하는 대상은 미국이 말하는 세계 평화가 아니라 세계의 핵 비핵확산체계다.

 

5대 핵 강국들은 자신들의 핵 기득권을 도모하기 위해 비확산체계를 구축해냈다. 핵 확산 금지 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약칭 NPT)이 그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무기를 갖는 것과 핵무기 보유국이 비 보유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약이다.


5대 핵 강국들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 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 세계 핵 비확산체계 내에 통제되고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나라들의 핵 보유 용인을 하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분류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북핵은 다르다. 현 시기 비확산체계에 포괄될 수가 없는 것이 북핵이다. 북핵이 반세기 넘게 치열하게 전개된 북미대결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북미대결전 종식의 동력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은 5대 핵 강국의 비확산 체계가 북핵 앞에서 위협당하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해준다. 중러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나선 것도 결국, 핵기득권체계가 북핵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자는 심산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핵을 둘러싼 대립구도가 북미대결전의 핵심적 내용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핵기득권인 5대핵강국 대 북핵의 대결구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북핵이 5대 핵 강국의 비확산체계를 요동치게 하는 것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는 무엇일 것인가?


전문가들이 해명해주어야할 중요한 문제다. 이와 관련 몇몇 대북전문가들은 북핵 대결구도가 세계비핵화 구도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제출한다. 거대담론인만큼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주구장창 제기하지는 않는다.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것이다비현실적인 것이라고 치부하고 말 그런 견해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내용과 논리에 기초해 있는 견해이기도 한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략적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철회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전략적 방침으로 된 것도 그것을 북한이 철회할 수 없는 것도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애초 북핵 폐기의 범주로 제출된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수소탄 시험에까지 이르른 현실은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확장시켜준다. 세계 비핵화에 조응하게 해준 것이다. 북핵의 능력 고도화가 핵관련 세계 지형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핵 질서를 예고하는 데에까지 이르른 데에 따른 결과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현실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가 아니라 세계비핵화의 범주가 되었다. 빈 구호로나마 세계 비핵화를 주창한 유일한 정치인이 미 대통령 버럭 오바마다.

핵 없는 한반도와 핵 없는 세계. 당장은 아니어도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세계에 현실로 대두하게 될 화두다.

 

북핵이 세계비확산체계를 요동치게 하는 것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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