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와 협력해 인공위성 발사?
<분석과전망>북한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대결전의 새로운 국면
“우리는 평등하고 상호호혜적인 토대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외국 기관·국가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사전 협력을 강화할 것”
박현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부소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북한이 지구관측·통신용 위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는 이후 천연자원 및 일기예보 연구를 위해 위성을 많이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다.
극히 주목된다. 북한이 러시아와 우주산업 협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어서다.
북러관계 발전은 국가의 전 분야를 아우르며 진행되고 있다. 경제를 필두로 정치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국방분야에서까지 협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도는 깊고 수준 역시 높다. 현 시기 북러관계 발전을 놓고 적잖은 전문가들에게서 북러동맹관계 복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 시기 북러관계 발전은 기본적으로 반미공조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띠고 있다.
예컨대 북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정치협력은 미국의 전반 대북대결정책에 맞서는 것이며 경제협력은 미국의 대북경제고립정책에 맞서는 것이다. 아울러 북러군사협력은 미국의 한미일3각안보동맹 구축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된다.
우주산업에서의 북러협력 역시 다를 것이 없다. 북한의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서 러시아와 협력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북미대결전의 새로운 국면으로 된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모색 중이라는 박 부소장의 인터뷰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신속했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를 내세웠다.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해 인공위성을 포함한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우라늄과 플루토늄 농축 계획을 멈추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여야 믿을만한 핵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였다.
언뜻, 미국이 북한에 핵계획 중단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대화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를 두고 미국의 대북대화 재개 신호로 보는 전문가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이 중단해야할 것으로 인공위성을 비롯한 미사일 발사를 언급한 것에 주목을 돌렸다.
미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간주를 한다. 인공위성 발사 기술과 미사일 발사 기술이 같은 원리에 기반해 있다는 것을 그 근거로 삼는다.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야한다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도 만들어놓은 상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주분야에서의 북러협력에 대해서 미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전략적 고려가 작동한 것으로 본다. 예컨대 위치추적을 하는 GPS 위성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MD)에 대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사일러 특사의 제기는 정치군사적 접근으로 된다. 그리고 그 내용은 간단한 것이다. 북한에게 인공위성을 띄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미국의 이 같은 제기가 현실적으로 극히 옹색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우주산업협력을 통해 인공위성 발사를 하게 되면 미국은 도리가 없게 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러시아까지 싸잡아 비난할 수도 공격할 수도 없게 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기존처럼 국제문제화할 수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만만치 않은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기대하고 있는 대로 북러 간에 우주산업 협력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
현실은 그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임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북핵담당대사인 로그노비노프 6자회담 차석대표가 지난해 11월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핵비확산회의에서 한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로그노비노프 차석대표는 ‘우주공간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에서 북한도 공평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했다.
당시 언론에서야 한줄 정도로 다루고 말았지만 전문가들에게는 극히 주목받았던 사안이었다.
북러관계 발전의 속도가 올해 들어 더 할 수 없이 빨라지고 있는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 합작을 하는 형식을 갖추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게 되는 일이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로 될 수도 있음을 추정케 해준다.
북한과 러시아는 올해를 ‘친선의 해’로 설정해놓고 있다.
더구나 세계가 주목하는 사변적인 일정 하나가 회자되고 있다.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승전기념일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여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만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방러를 하게 된다면 당장에 북러관계발전은 정점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대결전은 북러관계 발전에 따라 이처럼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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