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보수가 남북관계개선이 두려운 이유-보수의 분열
<분석과전망>5.24조치 해제를 둘러싼 유승민과 이인제 설전의 의미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5·24 조치를)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5년 전 역사를 상기하면 일방적 해제는 있을 수 없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23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인정도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다.
유 원내대표의 이 발언은 그러나 이인제 최고위원에게서는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천안함 도발 당시 상황이 긴박하고 미묘해서 모든 민간 경제분야 협력을 중단시킨 것이 5·24 조치"라면서 "당시에는 그럴 수 있지만 지혜로운 조치는 아니었다"는 말을 한 것이다.
애초에 지혜로운 조치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북한과 남한의 정권이 다 바뀌었고, (박근혜 정부가) 남북 간의 현상을 유지·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전면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평화적인 힘, 민간분야 경제 등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야 하는 것을 스스로 막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주목할 만하다. 언론이 중요한 뉴스로 취급할 정도였다.
두 사람의 발언이 다 반북적 관점에 기초해있다는 것은 공통된다.
유 원내대표의 반북성은 하등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최고위원의 반북적 관점은 "북한 주민 스스로 인간 존엄에 눈을 뜨고 변화에 주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말에서 확인된다.
북한주민들이 인간존엄을 모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북한이 변화되지 않고 ‘폐쇄’되어있다는 식의 관점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반북적 관점의 대표적인 것들이다. 체제 비교를 하고 그것에서 우월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반북적 관점은 질적인 차이를 갖는다.
유 원내대표가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에 대해 대표적인 찬성론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의 사드 한국배치를 놓고 중국과의 관계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청와대와 상당부분 충돌할 정도이다.
이는 유 원내대표의 반북이 친미에 기반한 반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와는 상대적으로 친미성이 약하다. 단순반북으로 볼 수가 있다.
유 원내대표의 반북성과 이 최고위원의 반북성은 한국 보수정치지형에서 대별되는 친미적 반북과 단순 반북을 각각 대표한다고 볼 수가 있다.
5·24 대북제재 조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유 원내 대표와 이 최고위원의 이 설전이 주목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 시작만 되어도 그것이 보수를 재편하는 동력으로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서다.
현 시기 보수전반은 이른바 ‘종북몰이’라는 정치기제를 통해 하나로 결집해있는 상태이다. 남북관계개선은 그 기미만으로도 ‘종북몰이’의 동력을 없애버리게 된다. ‘종북몰이’가 설 땅을 잃게 되는 순간, 보수의 결집력은 느슨해지게 되고 그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어떤 내용으로든지 진전이 이루어지게 되면 보수는 재편을 강제 받게 되는 것이다.
5.24조치는 현실적으로 남북관계개선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법적 장치이다. 유 원내 대표가 5.24조치해제를 거부하는 것은 남북관계개선을 거부하는 것 이외의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지않다.
남북관계 개선을 거부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남북 간의 대립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5.24조치해제가 되어 남북관계개선의 물꼬가 트여지게 되면 보수의 재편이 이루어지게 될 것에 대한 우려를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장은 확인시켜준다.
보수의 재편. 그것은 흔히 ‘합리적 보수’가 정착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학자들은 정리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수의 재편은 현실적으로 보수의 분열이다.
결국, 친미반북진영이 남북관계 개선을 싫어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 몰고 올 보수의 분열을 두려하기 때문이다.
현 시기 우리 사회에 남북관계 개선의 기미가 스며들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의도와 더불어 오직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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