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를 막아라?
<분석과전망>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이 종북공세로 되는 이유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은 법적으로 보면 외교사절폭행이자 업무방해이다. 전례 없는 일인데다가 피해도 미미하지 않다면서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한 테두리에 엮게 하는 전무후무한 강력사건인 셈이다.
그러나 그 강력사건은 발생하고 난 뒤 곧바로 공안사건으로서 전환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종북공세로서의 면모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5일 사건 발생 몇 시간 되지 않아서 사람들은 지난 2006년 김기종씨가 일본 대사에게 벽돌 공격을 했을 때 이를 북한이 적극 비호하였다는 언론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김기종씨가 북한을 7번이나 방북했다는 것도 함께 기사화되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북한과 연계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그 보도기조에서 역력하게 읽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라면서 배후설을 제기했다. 배후설은 서청원 전 대표 그리고 권은희 대변인 등을 거치면서 더욱 강조되었다.
배후설 제기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같은 날 최고위회의에서 있었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그 답이 될만한 내용을 준다.
유 원내대표는 "키리졸브 한미 연합 훈련이 진행 중인데 종북·좌파 세력들이 주장하듯이 이게 전쟁연습이라고 규정하고 테러행위를 저질렀다면 심각한 문제"라는 말을 한 것이다.
사람들이 자주 보아왔던 종북공세로서의 전형적 면모다.
당연하게도, 경찰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6일 김기종씨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경찰이 확보한 증거품 중 서적은 총 48종이다. 수사본부는 그 중 북한 원자료 6점을 포함해 모두 30점에 대해 ‘이적성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했다.
그 중에 두 가지를 공개했다.
북한 이론서 ‘영화예술론’이 그 하나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3년 4월 집필한 책이다.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혁명투쟁 과정에서 창작된 문학예술들을 대상으로 삼아 이론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의 기관지인 ‘민족과 진로’였다.
일부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김두연 서울지방경찰청 보안2과장이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며 "이적물 단순 소지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적 목적성 등이 규명되면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찬양·고무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라고 하면서다.
김기종씨는 북한 서적을 소지한 경위에 대해 자신이 북한을 연구하는 석사과정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을 도와주는 테러다"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간담회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한 발언이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영우 의원은 사건에 대해 개인 차원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김씨는 꾸준하게 종북좌파 활동을 해온 이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족주의를 가장한 종북세력"이라는 말도 나왔다. 같은 당 심윤조 의원이 김기종씨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반대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현 시기 한국사회에서 공안사건이 자주, 종북공세로서의 면모를 띠게 되는 것은 공안사건을 북한과 연계하게 되었을 때 그로부터 적지 않은 정치적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정치적 이익은 다양한 것으로 분석된다.
리퍼트 대사 공격사건이 종북공세로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은 특별하게도 ‘반미’ 때문으로 보인다.
"전쟁 훈련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나지 못했다. 지난 92년 팀스피릿 훈련도 남북고위급회담 때문에 중지한 적이 있다. 전쟁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김기종씨가 리퍼트 미 대사를 공격하고 난 뒤 끌려가면서 외친 말이다.
리퍼트 대사 공격사건에서 핵심을 구성한다.
첫 번째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연초 활발하게 재개되었던 남북관계개선 사업에서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었다. 전쟁훈련을 하면서 어떻게 남북이 서로 대화탁에 앉을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성격을 전쟁훈련으로 보고 이를 중단해야된다는 견해와 입장은 북한만이 독점적으로 갖는 고유한 영역이 아니다. 한국사회 특히 평화시민단체들이 갖고 있는 기본 견해와 입장이기도 한 것이다.
이것이 김기종씨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반대하게 되는 정치적 배경을 구성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기종씨가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강조했다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된다.
박대통령이 지난해 온갖 정성을 다 들여 성사를 시켜냈던 사업이 이산가족상봉사업이었다.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올해도 박대통령은 연초부터 설 이산가족상봉사업을 크게 강조했었다. 심지어는 설 상봉이 무산되었음에도 3.1절 기념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언급할 정도였다.
이것들은 이산가족상봉사업을 강조한다는 데에서는 김기종씨가 박대통령과 일치를 하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에서 이산가족상봉 사업이 무산된 이유를 찾고 그래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반대한다는 것에서는 박대통령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반미인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상임연구원 등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을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는 규정을 내놓는 이유다. 외신들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그 기조를 ‘한국의 반미’에 맞추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저 자신은 물론이고 미국에 대한 공격“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8일 병문안 차 병원에 들른 김무성 대표에게 한 말이다.
리퍼트 대사 기습 사건이 갖게 되는 종북공세로서의 면모는 8일에 이르러서 거의 완성된 형태로 외화된다. 김무성 대표에 의해서다.
리퍼트 대사를 만난 김무성 대표는 "종북좌파들이 이런 일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한미관계가 굳건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사건을 극복해서 한미동맹을 더욱 확고히 하는 노력이 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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