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의 대북대화 의지와 미 대화파의 부상
<분석과전망>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제안의 외적 조건으로서 정치적 배경들
북한이 미국의 한미연합훈련에 핵 시험을 조응시켜서는 임시 중단하자는 제안을 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중단을 요구한 것이야 수도 없이 접했던 사안이라 익숙하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전혀 다르다. 범주도 다르고 의미도 다르다.
핵 시험을 한미연합훈련에 조응한 것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프로그램이 안정적이라는 것
한미연합훈련에 핵 시험을 조응시켜서 동시에 임시 중단하자는 것은 이른바 ‘행동 대 행동’ 조치이다. ‘행동 대 행동’은 지난 2005년 9.19공동성명이 밝혀놓은 북미관계정상화의 경로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한 원칙이었다.
그런 점에서 전략적 전술 구사로 볼 만하다.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문제를 원론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그 계기를 적절히 찾아 전술로 구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미국의 한미연합훈련은 북미대결전에서 미국이 취하는 현 시기 최고가는 군사적 형태이다. 전쟁 말고는 최고의 수위인 것이다. 북한의 핵 시험 역시 북미대결전에서 북한이 취하는 같은 범주의 문제이다.
미국의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이 핵 시험을 직접적으로 조응한다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뭔가가 변한 것이다. 무엇이 변했는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운용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수준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고 혹은 형태에 변환을 자유자재로 줄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대북기재로 사용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북한이 이러한 미국의 대북기재에 핵 시험으로 조응한다는 것은 핵 시험에 대한 북한의 운용력 역시 안정적인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프로그램이 완성되고 안정화되었다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북핵 능력에 대한 고도화 혹은 안정화와 관련해서 미국의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는 매우 중요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준다.
헤커 박사는 7일자 <핵과학자회보> 기고를 통해 북한이 현재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 절반인 무려 6기가 고농축우라늄(HEU)탄이라고 했다. 통일뉴스 8일자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일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그 6기의 HEU탄은 헤커 박사가 2010년 11월 방북했을 때 견학했던 영변 핵시설 내 초현대식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했다.
헤커 박사는 이어 이대로 두면 북한은 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북한은 다시 핵실험을 할 수가 있으며 매년 4~6기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이 핵 시험을 조응시키고 있다는 것은 결국 북한의 핵 능력이 안정화될 정도로 고도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된다.
미국이 이러한 북한의 전술구사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박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대화의지와 미국의 대화파 부상은 북한의 전략적 전술 구사의 구실
객관화하여 접근한다면 핵이 아니라 핵 시험을 갖고도 정치적 용도와 의미를 전격적으로 부여해버리는 북한의 희한한 정치외교술을 미국은 연초부터 충격적으로 경험하게 된 셈이다.
뉴스들은 북한의 그 희한한 정치외교술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대화 의지 그리고 미국 대북대화파의 최소한의 부상 등에 눈을 돌려 그것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의도에서든지 대북대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12일 있었던 박대통령의 신년사도 크지는 않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을 일정하게 갖고 있기도 하다. 신년사에 대북자극적 언사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대북제안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북한을 자극하는 정치적 언사를 빠뜨리지 않는 등 반북적 행태를 꾸준히 보여왔던 것에 비교하면 진일보한 측면으로 볼 수가 있다.
다른 한편 미국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대결정책인 ‘전략적 인내’정책이 실패했다며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이 일정하게는 득세하고 있다.
헤커 박사에게서 확인되는 것도 그것이다. 헤커 박사는 외교와 위협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를 막으려 했던 역대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들은 모두 실패 했다면서 "북한 핵위기는 (북한을) 고립상태에 두고는 풀릴 수 없다"는 지적을 했다. 결국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은 9.19공동성명에 기초한 포괄적 전략이었다.
대북대화파의 부상은 북미 간 ‘선택적 대화’를 모색한다면서 18일 싱가포르에서 갖게 되는 반관반민 형태의 북미대화에서도 또렷이 확인된다.
박 대통령의 대북대화의지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안이다. 이른바 위기의 출로를 남북관계 개선에서 찾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작동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이다.
미국의 대북대화파의 부상 역시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을 폐기시키게 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며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임기 후반기를 관리하는 동안 대북대화를 전격적으로 시도할 만한 특별한 정치수요를 갖고 있지도 않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것들은 북한이 북미관계 그리고 남북관계가 곧바로 대화로 전변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박대통령의 대북대화의지 표명과 미국 대북대화파의 부상 등이 현실적으로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의 긍정적 측면을 북한은 간과하지 않고 기민하고 영리한 정치외교술로 접근한 것이 미국에 한미연합훈련에 핵 시험을 직접적으로 조응시켜 동시에 임시 중단하자고 제안을 한 것으로 된다.
특히 한반도의 긴장완화의 핵심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있으며 북미대화의 계기는 핵 시험 중단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9.19공동성명의 핵심 문제의식인 ‘행동 대 행동’의 개념을 다시 수면위로 띄우는 방식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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