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키 리졸브’훈련을 일주일이나 연기한 것일까?
<분석과전망>북한의 대미 대화공세와 미국의 한미연합훈련
미국의 한미연합훈련 ‘키 리졸브’ 훈련이 일주일이나 연기되었다. 지난해 같으면 2월 24일 시작되는 것을 올해는 3월초에 한다는 것이다.
흔한 일이 아니다. 하루라도 연기되거나 혹은 단축이라도 되면 갖은 정치적 분석이 줄을 이었다.
남북대화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곧바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설 연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고려라는 것이다. 2월 중순 설 연휴에 이어 2월 말에 곧바로 군사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대북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미국이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일리가 없는 분석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석의 지평을 더 넓혀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 요구다. 한미연합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 시험을 임시 중단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안과 연동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 제안은 현재, 미국이 예정대로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겠다는 것을 밝힘에 따라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만 상황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4차 핵 시험은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 된다. 북한의 제안이 4차 핵 시험 실시의 명분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옳을 법도 해졌다.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예년처럼 진행하고 북한은 핵 시험을 하게 되는 상황은 북미 간 남북 간 그 어떤 대화도 불가능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결국, 이대로라면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밝혔던 남북관계 개선 사업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남북대화는 이렇듯 단번에 물 건너가고 말 태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 것인가?
북미관계는 언제라도 그래왔듯 현상적으로만 판단하고 말아도 될 정도로 단순한 것이 아니다. 당장에 북한의 이 제안자체가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하기에 이에 대한 협상 또한 단순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제안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북한의 대화공세로 보았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 (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아울러 북한이 핵폐기 협상에 나서도록 만들려는 미국 측 노력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에게서 확인된다.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다.
이것들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과 나름대로 햭 협상을 진행해왔던 것이고 북한은 이에 조응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양자대화에 나서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된다.
한미연합훈련을 임시중단 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일축하기는 했지만 북한의 제안이 갖고 있는 대화공세로서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하게 보이는 것은 결정적으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의 이 제안이 느닷없이 또한 특히 단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방점을 찍을 만한 대목이다.
북한의 이 제안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고위급회담과 부문별회담은 물론 심지어는 최고위급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한 뒤에 나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대화에 대한 강조가 그 어느 때 보다 잦아져 있는 상태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북미 `반관반민’ 회의가 예정되어있는 상태라는 것도 중요한 환경이다.
미국이 ‘키 리졸브’ 훈련의 시작을 일주일이나 늦춘 것은 따라서 북한 제안의 문제의식을 긍정적으로 인정한 조건에서 대화의 계기를 더 만들어보려는 미국 측의 의도가 작동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내에서 북한의 더 큰 양보를 더 요구하는 조짐이 나오고 있어 흥미롭다. 미국 의회에서 주로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래리 닉시 박사에게서 확인된다.
닉시 박사는 12일 RFA에 나와서 북한이 핵 시험 잠정 중단에 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까지 잠정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미국이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 일정 부분 북한 측에 성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인공위성 발사문제와 결부된다. 우주에 대한 평화적 이용권을 강조해온 북한의 주장과 극히 배치된다는 현실적 문제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성에 대한 문제는 가능한 선에서 차지할 필요가 있다. 대화공세에 나선 북한 못지않게 미국 역시 대화에 대한 수요를 강조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인 것이다.
이는 미국이 ‘키 리졸브’훈련을 늦춘 것과 더불어 북한의 대미대화 공세의 공간이나 여지를 확보해준 의미로 해석될 법도 하다.
물론 추정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물리적 시간이 있는 조건에서 기대해 볼만한 것은 있다. 북한의 대미 대화공세의 수위가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 것이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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