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스탈린과 옛소련을 상기시키나?
<분석과전망>최룡해의 방러에서 주목되는 지점들, 그 하나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17일 러시아의 방문길에 올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이다.
무려 8일 간이다. 24일까지 이어지는 방러 기간에 최 비서는 모스크바와 극동 도시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돌아보게 된다.
최 비서의 방러에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한다. 김 부상은 북한의 6자회담과 대미외교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인사다.
대표단에는 북한군 총참모부의 노광철 부총참모장도 포함되어있다. 이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던 것과 연결된다.
리광근 대외경제성 부상이 대표단에 포함되어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볼 것도 없이 주목해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보통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더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북한 ‘외교의 다변화’ 정도로 혹은 ‘반 서방 외교’라는 것 등으로 접근하게 되면 그 주목도는 결코 채워질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 비서가 러시아로 날아가는 첫날 노동신문이 내놓은 기사 하나가 돋보이는 이유다. 기사 내용은 최 비서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나올 법한 북러관계에 관한 직접적인 논평 같은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교육정책을 다룬 기사였던 것이다. 러시아가 교과서 내용을 혁신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노동신문은 러시아가 새롭게 만들어내는 역사교과서가 1990년대에 스탈린에 대한 평가가 왜곡된 것을 강조하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과거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으로 평가했던 것도 소개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사회주의 소련의 ‘혁명가’였던 스탈린을 언급했다는 것 등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나서야 될 일이다. 얼마든지 특화시켜도 될 법하다.
러시아, ‘사회주의 강국’으로 나아가려는 것인가?
노동신문 기사는 우선, 러시아의 변화를 엿보여준다.
소련은 사회주의 국가였다. 그러나 소련 연방이 해체되고 러시아로 바꾸어지는 과정은 그 정통사회주의를 심각한 수준에서 수정하는 과정이었다. 러시아가 수정 사회주의로서의 노선과 정책을 정립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회주의 패배라는 평가가 나왔던 것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푸틴이 집권하면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정 사회주의에 대한 반발성 문제제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경향은 푸틴의 두 번째 집권에서 더욱 더 짙어졌다.
러시아에서 일기 시작하는 수정사회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현실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진영과의 긴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가히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렇지만 미국과의 대립을 피하지 않았다. 미국과의 대결 또한 주저하지 않았다. 단순히 ‘감수’를 떠나 정면대결로 전선을 돌파한 것이다. 그 사례, 적지가 않다.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 그리고 특히 그 이전에 있었던 크림공화국의 러시아합병 등을 그 대표적인 것으로 꼽을 수 있다.
크림 자치 공화국이 결성된 것은 올 3월 11일이었다. 우크라이나의 한 도시인 세바스토폴과 함께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하고 결성된 것이다. 크림 공화국은 이어 5일 뒤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러시아합병을 주민들에게 묻는 절차였다. 합병으로 결정이 났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압도적 찬성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크림 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승인했다. 하루 뒤인 17일에 있었던 일이다. 18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공화국 총리,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공화국 최고회의 의장, 알렉세이 찰리 세바스토폴 시장이 합병 조약에 서명을 했다. 모스크바 크렘린에서였다. 러시아는 곧바로 크림 반도에 크림 연방관구를 설치했다.
일사천리였다. 이후도 마찬가지이다. 내년 1월 1일이면 크림 공화국과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연방 체제로 편입을 하게 된다.
미국이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크림 공화국의 독립에서부터 러시아와의 합병 등을 미국은 인정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크림 연방관구를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반 서방’ 정도로 분석을 한다. 미국의 주장에 유럽연합이 동조를 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 분석틀은 아무래도 좁다. 러시아의 미국과의 대립을 단순히 ‘반 서방’이라는 틀로만 분석할 경우에 러시아의 이러한 전반의 행보가 지향하고 있을 방향이 무엇일지에 대한 분석은 있을 수가 없게 된다. 부실하다. 정확한 분석일 수가 없는 것이다.
북한, 러시아와의 ‘사회주의 연대’를 회복하려는 것인가?
노동신문이 스탈린에 대해 러시아가 “어떤 경우에도 소련을 건설한 인물로 남아 있다고 했다"는 언급을 하고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에 대해 갖고 있는 긍정적 입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또한 최 비서의 방러가 갖는 전략적 의의가 무엇일지에 대한 가늠의 단초를 제공해준다.
현 시기 북러 간의 교류와 협력은 경협은 말 할 것도 없고 정치와 외교는 물론 사회문화 더 나아가 심지어는 군사협력의 가능성까지도 높혀 주고 있다.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 비서의 방러는 일단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어느 날 ‘불쑥’이 아니다. 북러 간 강화된 교류와 협력을 기초로 해서 방러를 한다는 것은 최 비서의 방러가 북러 간의 교류협력을 더 강화시키는 데에 복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히 총체적이며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북러 협력에 대해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북러 관계발전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게 사색을 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에 따르면 현 시기 북러관계는 푸틴 대통령에 의해 사회주의를 재건하는 듯한 징후를 보여주고 있는 러시아와 사회주의로서의 노선과 정책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북한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전략적인 관계 범주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미대결전이 오랫동안 고착화 되어있는 현 정세와 맞물리게 되면 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너무 과도한 분석이라고 차지해버리고 말 것은 아니다. 최 비서의 방러가 북러 간에 전략적 관계 재설정으로 발전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면 전문가들이 해야할 일은 명백해진다.
최 비서가 방러 기간 중에 가져가게 될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 하나 면밀히 지켜보는 일이 그것이다.
'분석과 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의 대북인권공세와 북한의 4차핵시험 (0) | 2014.11.22 |
---|---|
반미로 일관하고 있는 북러협력의 면면들 (0) | 2014.11.21 |
‘동북아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부합’ (0) | 2014.11.20 |
‘남북관계 개선은 없다’?! (0) | 2014.11.20 |
급진전하는 북러관계 발전 (0) | 2014.11.18 |
예전 같지 않은 북중관계의 본질적 성격 (0) | 2014.11.15 |
예전 같지 않은 북중관계 (0) | 2014.11.14 |
오바마 행정부가 발휘한 전격성의 실체 (0) | 2014.11.11 |
오바마의 사과 그리고 현직최고위급의 방북 (0) | 2014.11.10 |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강화, 구체화될 것인가? (0) | 2014.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