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은 북중관계
<분석과전망>근거는 희박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북중 악화설
최근들어 북중관계가 악화되었으며 소원해졌다는 주장이 부쩍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북중관계가 악화되었다는 주장이 내세우는 근거들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주장 또한 다른 한편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공존하고 있다.
북중관계 악화설의 근거들, 중국의 대북원유수출 지표 ‘0’ 그리고 중국의 대북무역 규제강화
북중 악화설은 중국의 대북원유수출이 오랫동안 통계상 ‘0’으로 잡히고 있는 것을 그 대표적인 근거로 꼽는다. 한국무역협회는 매달 중국 해관(세관)총서 자료를 토대로 중국무역통계를 작성한다. 지난 달은 23일에 발간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이 9월 북한에 수출한 원유 규모가 '0'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려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작년 1∼9월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액은 약 4천500억 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0'원인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어 소원해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인사로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을 들 수가 있다.
케리 장관은 올해 초 중국이 북한의 장성택 처형에 우려하고 있다는 것에 착목 하면서, 중국에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2일 발표한 '중국과 대량살상무기·미사일 확산' 보고서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케리 장관은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알 헌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에 항공유(제트유) 공급을 축소했다는 것을 밝혔다. 이어 중국이 북·중 간의 무역을 규제했다는 것도 밝혔다.
중국의 대북 무역 규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서도 나온다. 지난 7월 의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중국이 900여 개에 달하는 품목의 대북 수출을 규제했다"고 한 것이다.
북한에 원유는 부족하지 않으며 북중 간 무역규모도 대폭 증가
대북원유수출이 오랫동안 통계상 ‘0’으로 잡히고 있는 것을 북중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지표로 삼는 것을 두고 무리라는 전문가들 또한 적지 않다.
대북 원유수출이 통계상 ‘0’으로 잡히고 있는 것을 대북 원유수출 중단으로 등치시킬 수 없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든다.
북한에 대해 자세히 알 수가 없어서일 것이다. 북한과 중국 사이에 맺어져 있는 특수한 관계에 대해서 다 알고 있지 못한 것 또한 그 이유를 구성하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중국이 북한에 공개적으로 수출하는 원유 말고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가 없다.
“일정 정도 (중국으로부터) 원유가 공급되고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권영세 주중 대사가 지난달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중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권 대사는 그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북한 내 산업시설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고 자동차 운행도 지장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이다. 또 하나는 “외부에서 대량으로 원유가 공급된 사실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 북한과의 무역에 규제를 강화했다는 것도 선뜻 동의 받기 어려운 측면을 갖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해관(세관)총서 자료를 토대로 해 발간한 중국무역통계에 의하면 지난 달 북 중 간의 전체 교역 규모는 작년 9월(5억9천163만 달러)보다 훨씬 증가한 6억3천340만 달러였다. 무려 7%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것이다.
상품일변도인 북중 간의 교역이 최근 들어서는 인력까지로 확대되고 있는 것 역시 중국이 북중 간의 무역을 규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는 11일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입국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에 입국한 북한 근로자가 2010년 5만4천명에서 2013년 9만3천명으로 연평균 19.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의 연평균 증가율 9.1%를 2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 입국한 북한 근로자는 무려 4만4천명이나 된다.
2012년 북한과 중국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 지린성 투먼·훈춘 등 북중 접경 도시와 인력파견 협의서를 맺은 데에 따른 결과이다.
예전 같지 않은 북중관계
북중관계가 악화되었으며 소원해졌다는 것은 이처럼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현실은 북중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게 하는 징후들을 보여주고도 있다.
북한과 중국이 수교 65돌을 맞는 지난 10월 6일을 밋밋하게 흘려보냈다는 것을 그 예로 들 수가 있다. 꺽어지는 해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북한의 특징이다. 그렇지만 그날 북한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북중이 지난 6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했던 것을 떠올리며 의아해 한 것은 그때문이었다.
2009년 10월, 당시 중국 총리였던 원자바오는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집단체조 ‘아리랑’을 함께 관람을 하면서 북중 친선을 세계에 알렸다.
정주년이 아닌 지난 해에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북중관계를 ‘피로써 맺은 관계’라며 ‘우리 인민은 앞으로도 조중친선을 더욱 공고히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이라는 글을 내보냈다.
이것들은 북중관계가 악화냐 아니냐는 쟁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충분히 일리가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쟁점의 내용을 제대로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북중관계가 악화된 것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확인된다. 그에 따르면 쟁점은 따로 있다. 북중관계가 예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되 그것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가 본질적 쟁점으로 되는 것이다.
북중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가하는 것은 북중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북중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미국을 포함하는 동북아정세에서 어떻게 정세구성력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를 해명하는 것으로 된다.
다음 글에서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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