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미공조’
<분석과전망>대북인권공세에는 균열로, 대북압박주문에는 무시로
중국이 미국의 대북인권공세는 물론 미국의 대북압박 종용에 대해서까지도 심상치 않은 모양새로 반발을 하고 있어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단순히 반발을 뛰어넘어 북한이 최근 주장했던 ‘반미공조’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반미공조’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지난 달 26일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에서였다. <우리 공화국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극악무도한 《인권》소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다>라는 제목이었다.
그것에 "‘인권문제’를 구실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추구하는 불순한 침략공조를 정의와 진리의 반미공조로 철저히 짓부셔버릴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미국의 대북인권공세에 균열을 가하는 중국
북한이 탈북자들을 ‘인간쓰레기’들이라며 비판하는 국제적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 미국의 대북인권공세에 대한 반공세의 일환이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중국이 합세하는 모양새는 매우 적극적이다.
미국의 대북인권공세에 맞서는 중국의 행태로 가장 최근의 것은 중국 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인터넷판인 환구망의 메인 페이지에 북한이 탈북자의 실체를 폭로한다면서 만든 영상물을 실은 것을 꼽을 수 있다. 6일이었다. 9분 34초짜리인 그 영상은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제작한 '거짓과 진실'이었다.
영상은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통해 반북활동을 벌이고 있는 탈북자 신동혁 씨에 대한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신동혁이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이라며 증언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그의 증언이 다 날조된 것이라는 것이 그 구체적인 내용들이다.
환구시보는 단순히 영상을 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북한의 주장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기사까지도 실은 것이다. 주중 북한대사관의 문성혁 공보참사관과 인터뷰를 한 기사가 그것이다.
환구시보는 "북한에는 수용소가 존재하지 않지만 구류소가 있어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그곳에서 반성하고 노동을 통해 사상을 개조한다"는 문 참사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어 "탈북자는 적대세력들이 묘사하는 것처럼 '정치적 피난자'나 '난민'이 아니며 '인권투사'는 더욱 아니다"면서 "그들은 모두 북한에서 법률과 사회여론상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자이자 추악한 도망자일 뿐"이라는 문 참사관의 주장도 내보내고 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유력지 중에 하나이다. 더구나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라는 것으로부터 그 명성은 매우 높다. 환구시보가 그 영상에 대해 "중국사회에 탈북자의 진면목을 드러냈다"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 돋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인권공세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한 발자욱 더 나아간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북한의 내정(domestic affairs)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추이 톈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대사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권실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움직임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한 얘기이다.
추이 대사가 내정간섭이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은 대단히 직설적이다. "미국이 자신의 견해를 가질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북한 인민들의 결정에 달린 것"이라는 말에서는 단호함까지 읽힌다.
미국의 대북인권공세에 대한 북한의 반공세에 중국이 이렇듯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사실 예사롭지가 않다. 중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일본 주도의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국제적 지위에 걸 맞는 태도로는 충분하다. 실제로 유엔안보리에서 중국이 반대를 하면 되는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추이 대사의 이 발언은 중국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거나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해외에 주재하는 중국의 공관장이 직접 나서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말하는 인권관련 ‘반미공조’라는 말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미국 대북압박 요구에 무시로 대하는 중국
중국정부에 이어 중국의 언론이 가세하는가 하면 더욱이 해외 공관장까지 나서서 북한의 대미반공세에 동참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북한을 단순히 지원하는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중국의 미국의 대북인권공세에 대한 반발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압박을 가해줄 것을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각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지난 1년 전보다 북한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압박조치를 취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알 헌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이다.
케리 장관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한 강연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북한이 지금의 접근법으로는 막다른 골목(dead end)에 이른다는 점을 깨닫도록 더욱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의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사실, 뜨아해 했다. 식상해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케리 장관이 말한 중국의 대북압박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이다. 케리 장관이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서는 아니다.
중국의 대북압박의 내용으로 최근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이 몇 개월째 중단되었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드는 전문가들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것이 대북압박과는 관련이 없는 것들이라는 것, 다만 북중무역의 불규칙성을 반영한 것으로 정리되었다는 것을 많은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다.
케리 장관의 이 발언과 관련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바로 떠올린 것이 하나 있다. 추이 대사가 지난 4월 미국 평화연구소 강연에서 미국이 중국에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도록 압박을 가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대해 "미국이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그것이다.
미국이 말하는 중국의 대북압박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규정해버리고 있는 이유이다.
미국의 대북인권공세에 대한 북한의 반공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을 하고 동시에 미국이 중국에 대해 북한을 압박해줄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무시를 하고 있는 중국의 이러한 행태에서 읽히는 분명한 것이 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공세라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의 반미공세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북인권공세에서 국제적 공조를 도모하려는 미국의 활동에 균열을 가하는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로 국제적인 대북공조체제를 수립하려는 미국의 반북대결정책에 힘을 잃게 하는 것으로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반미공세가 독자적인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에서 나온 것들이라는 특징으로부터 친북과 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반미공세를 북한이 말하는 인권관련 ‘반미공조’에 중국이 다양한 형태와 내용으로 적극 결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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