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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염수정 추기경의 매우 정치적인 ‘정치중립’

by 전선에서 2014. 8. 30.

<분석과전망>세월호유족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교황에 대한 정치폭력

 

 

염 추기경의 정치발언 하나, 유족은 양보하라

 

유가족들도 어느 정도 선에서는 양보해야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한 말이다. 26일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염 추기경이 유족들에게 양보하라고 한 것은 무엇일까? 종교계의 지도자가 한 그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왔다.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히 한가지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그것이다. 유족들이 특별법제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는 일은 기계적으로 분류하면 크게 세 가지이다.

광화문 그리고 청와대와 가까운 청운동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 그 하나이다. 두 번째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상대로 세월호특별법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청와대를 상대로 해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것이 세 번째이다.

그렇다면 염 추기경은 세월호특별법에 포함시켜야된다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하라고 한 것일까? 아니면 농성해제를 양보의 내용으로 말한 것일까. 알 수는 없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염 추기경은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염 추기경이 주문한 유족들의 양보가 무엇인지는 그러나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염 추기경의 이 발언이 정치발언이라는 사실이다. 수위도 매우 높은 정치발언이다.

 

염 추기경의 정치발언 둘, 유가족을 이용하지마라

 

염 추기경의 수위 높은 정치발언은 더 있다. "(유가족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그것이다.

염 추기경의 이 말은 유가족을 이용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세력이 유가족을 이용한다는 것일까?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선두에 서 있는 사람들은 유가족이다. 온갖 고통을 온몸에 휘두르고서이다. 그리고 유족들 그 뒤에는 시민사회단체와 법률단체와 종교단체, 정당 그리고 학생들과 일반시민들이 있다.

유가족들의 고통에 동참을 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되는 세월호특별법을 만들려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세월호참사는 세월호참사의 피해자들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들 중에서 누가 유가족을 이용한다는 것일까? 기자들이 질문을 했지만 염 추기경은 답을 주지 않았다. 따라서 누가 어떤 세력이 유가족을 이용하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염 추기경의 정치발언 셋,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염 추기경의 정치발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대중집회의 사회적 비용을 의미하는 말로 들렸다. 사회적 비용은 대중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소모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경찰 출동에 따른 비용 그리고 대중집회로 인한 교통질서 혼잡 등 정치경제사회적 소모의 총체를 일컫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특별법제정에 참여하면서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한다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염 추기경의 그말 앞에 끌려와 낭비로 단정되고 만 셈이었다.

 

정의와 양심에 따르는 사제들의 행위를 정치개입으로 단정했던 염 추기경

 

염 추기경의 이러한 정치발언은 그러나 사실 놀랄만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염 추기경이 어떤 정치발언을 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염 추기경이 한 미사에서 했던 발언이다.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는 말도 덧붙혔다. 종교인들에게 정치개입 금지, 정치중립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중립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중립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이다. 정치중립은 정치가 만들어내는 특정한 영역이다. 정치활동의 결과인 것이다.

예컨대 정치 무관심이 정치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라 정치활동의 결과라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이는 현대 정치학이 이미 과학적으로 규명해놓은 부분이다.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를 유리하게 하는 요인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들은 사람이 집단을 이루어 사는 동안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회과학계의 고전을 인용해올 필요도 없는 명제이다.

종교도 당연히, 예외일 수가 없다. 종교가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이라는 데로부터 비롯되는 필연이다.

정치와 종교에서 말하는 정교분리 역시도 정치중립과는 상관없는 개념이다. 정교분리는 애초에 정치가 종교에 개입하고 이용하지마라는 것이지 종교가 잘못된 정치에 정의와 진리의 이름으로 개입하지마라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염 추기경의 발언이 얼마나 정치적이었는가 하는 것은 당시의 정세와 결부시켜보게 되면 잘 알 수 있다. 그 당시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문제로 많은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던 때였다. 구체적으로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며 '대통령 사퇴촉구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필두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점차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을 때였다.

 

염 추기경의 그 발언은 자신의 어떤 의도로 발언했는지 상관없이 정세 상 천주교사제단에 대한 정치공세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극히 정치적이었던 것이다.

염 추기경의 당시 그 발언이 극히 정치적이었다는 것은 그 발언이 보수진영으로부터 크게 호응을 받았다는 데에서도 과학적으로 확인된다. 그 발언이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에서 1면 기사로 다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진보 언론에서는 결정적 위기 순간에 '박근혜 구원등판'했던 염 추기경이라는 표현이 나왔던 것 역시도 그 발언이 정치발언이었다는 것을 정확히 증명해준다.

 

인간적 고통을 준 세력의 편에 서 있는 염 추기경의 정치개입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염 추기경의 정치발언은 그러나 단순한 정치발언이 아니다. 염 추기경의 정치발언은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한 활동을 부정하는 듯한 정치발언으로 보였던 것이다.

교황은 방한 기간 세월호 유가족들을 거의 매일 만났다. 한 없는 위로를 보여주었다. 출국하는 순간까지 가슴에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교황은 출국 후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두고 두고 회자될 유명한 발언을 했다.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사제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겐 의무"라는 말도 했다.

염 추기경의 발언은 교황의 태도와 발언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는 점에서 가히 폭력적인 정치발언의 범주로도 볼 수도 있다.

 

정치중립을 가장한 염 추기경의 그 강한 정치발언에서 천주교종교인들이 느꼈던 것도 그 폭력성이었다. 그 폭력적인 정치발언에 대한 천주교 사제들의 반응은 반발이었다.

반발은 주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나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25일부터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노숙하며 무기한 단식기도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총무신부를 지낸 김인국 신부(충북 옥천성당)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추기경을 비롯해 우리 모두 유가족의 마음을 100분의 1도 모른다유가족에게 양보하라고 말하기 전에 그 아픔을 너무 모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마산교구 대표인 하춘수 신부(진주 옥봉성당)는 더 적극적이었다. 같은 인터뷰에서 추기경은 유가족이 욕심을 부리거나 과도한 몫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과연 그러한가.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진실을 밝혀 달라,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으로, 이는 정의와 진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디어 오늘> 보도에 따르면 단식기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신부도 유족들에게 어떤 것도 치유되지 않았는데, 뭘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냐이는 유족들을 너무나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유족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라는 것이야말로 폭력이자 또 다른 상처를 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가족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았다. 보도에 따르면 한 신부는 추기경이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하는 사람을 유가족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진상규명에 대해 두려워하고 은폐하려는 듯한 정부 여당이야말로 유가족의 처참한 아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세월호 유족들의 생각과 가치를 무시하고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은 발언이라고 성토하는 신부도 있었다.

 

염 추기경의 주장이 지난 45일간 방한한 교황의 메시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춘수 신부는 교황 말씀과 염 추기경의 말은 정면으로 부딪힌다교황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 없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지지하고 격려했으나 유가족에 양보하라는 염 추기경의 말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키라는 요구와 다름이 없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인간적 고통을 외면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한 신부에게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문을 뒤엎는 폭력적인 요구라는 지적도 나왔다.

 

염 추기경의 주장은 본질적으로 정치발언이자 정치개입

 

염 추기경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정치발언이라는 데로 한결같이 모아졌다.

하춘수 신부가 대표적이었다. “추기경 말은 위험한 발언일 수 있다면서 누구보다도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하 신부는 정치를 특정부류의 전유물인양 얘기하는 것도 옳지 않다“‘정교분리의 원칙이라 함은 교회가 정치에 대해 발언해선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교회를 이용하지 말라는 의미라는 말도 했다. 수많은 예언자들이 그런 목소리를 내왔고 예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다.

보도에 따르면 단식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는 한 신부도 교회의 가르침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배려하라는 것이며, 이를 제대로 못하고 바른 소리를 못한다면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며 이런 교회의 가르침을 언급하면 될 것을 왜 이를 정치적 논리에 빗대느냐. 이런 주장이야말로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염 추기경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개입이 아니라 신실한 기도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단식투쟁 46일 만인 28일 단식중단을 결행했다. 장기적인 투쟁을 해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불러일으키는 큰 뉴스였다. 그렇지만 청와대 앞 청운동에는 유족들의 노숙농성투쟁이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다. 광화문에도 여전히 정치인 종교인 사회단체의 성원들과 시민들이 단식투쟁을 이어가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제정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국회는 여전히 멈춰있다. 대통령 또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염 추기경은 종교지도자인 자신의 폭력적인 정치발언이 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인지 세월호참사진상규명을 벌이는 정의로운 활동에 강제로 퍼부어지는 찬물로 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염 추기경이 진실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 당장 기도를 해야하는 결정적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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