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단식투쟁의 끝을 야당지도자다운 투쟁전술을 짜는 것에 대한 출발로
문재인 단식투쟁의 의미
10일째 단식투쟁을 진행 중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문재인(이하 문재인으로 표기)이 단식을 해제했다. 28일이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45일간의 단식을 중단키로 한 것이 그 계기를 제공했다. 문재인은 애초 김영오씨의 단식중단을 촉구하며 동조단식을 한 것이었다. 형식논리에만 따른다면 문재인의 단식이 이쯤에서 중단되는 것은 합당하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두 번이나 새누리당과 합의한 새정치의 세월호합의안이 당내에서 부결되었을 때 새정치가 맞딱뜨렸던 것은 심각하게 악화된 국민여론이었다.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야당이라는 말이 욕에 섞여 끊임없이 돌았다.
문재인의 단식결행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새정치에 대한 여론에 그 속도를 늦추는데 유의미하게 작용해들었던 것이다.
문재인의 단식이 종교계들의 집단단식이나 대학생들의 행진투쟁을 추동하는 외부적 조건으로 작용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물론 직접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문재인의 단식 중단은 세월호투쟁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향후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새정치의 세월호투쟁이 어떤 향방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인지를 단식 중단은 그 안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단식투쟁은 최후의 수단
복기해보면 문재인의 단식투쟁은 사실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재인 단식은 무책임한 정치의 표상으로 될만도 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부 측에서 제기하는 그런 차원에서의 문제제기가 아니다.
문재인은 야당지도자이다. 당 내에서 특별한 직책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야당지도자인 것은 그가 지난 대선 때 출마한 대선후보이어서다. 이후 또 한번의 대권도전을 염두해놓고 있는 정치인이기도 해서다.
세월호투쟁과 관련하여 야당지도자가 극한 투쟁인 단식투쟁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게 동의받을 일이 아니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있다. 단식투쟁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단식투쟁=최후의 수단. 이는 고전적으로 성립된 명제이다. 수많게 다양한 투쟁전술을 구사하고 나서 더 이상의 투쟁 수단이 다 고갈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 단식투쟁인 것이다.
김영오씨의 단식투쟁이 세월호투쟁에서 가장 정수에 위치하게 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김영오씨의 단식투쟁에 수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동조단식 등 실천적 동의를 표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문제를 유야무야하려는 정부 여당 측에 있는 사람들이 김영오씨에게 온갖 음해를 가했던 것도 김영호씨의 투쟁이 목숨을 건 투쟁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한데서 나온 반응이었다. 정당한 투쟁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을 표현하는 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문재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식이 아니라 승부사 기질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규명을 하는 일은 거대한 국사이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어서이다. 세월호참사의 내용과 규모 그리고 그와 관련되어 제기되어있는 모든 의혹들은 기술적인 문제가 결코 아니다. 국가의 운명과 관련된 사안들이다.
언론사 <미디어 오늘>도 27일자 사설을 통해 세월호 참사는 사고(accident)로 시작됐지만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했다. 총체적 부패와 정부 당국의 총체적 무능이 빚은 참사이자 사실상의 집단학살(massacre)이나 다름없다고 한 것이다.
‘이게 나라냐!’ ‘정부는 살인마’ 유족들이 세월호투쟁과정에서 외쳤던 절규들이 단순히 단말마의 외침이 아니라 과학인 이유이다. ‘대통령이 책임져라’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로 구호가 아니라 세월호참사의 전 과정의 본질을 체현하고 있는 투명한 과학이다.
현 시기에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하는 일만큼 중요한 국사는 없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을 규정이다. 역사는 그렇게 기록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헌법기관이 나랏일과 관련하여 동원할 수 있는 합법적인 투쟁수단은 실로 다양하다. 국회의원이라면 세월호진상규명과 관련하여 할 수 있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문재인의 단식투쟁이 세월호참사를 겪은 유족들에게 위안과 힘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정서적이고 도덕적인 범주에서만 유효하다. 냉철하게 접근을 하면 즉, 정치적으로는 편협한 사고의 결과처럼 보이는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 거대한 국사에 걸맞고 그에 임하는 야당지도자에게 걸 맞는 투쟁방법이 있다. 김영오씨처럼 목숨 거는 일은 아니다. 다만 걸어야되는 것은 있다. 정치생명이 그것이다.
언론사 <미디어 오늘> 27일자 사설이 구체적으로 제시해놓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야당지도자답게 야당 의원 총사퇴를 추동해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야당 의원 총사퇴 전술은 새정치 내 일각에서도 제기되었었다. 25일 새정치가 세월호 정국 타개를 위해 가진 의원총회에서였다. 강동원 의원이었다.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복잡하지도 않다. <미디어오늘>이 문재인에게 의원총사퇴 전술을 제시하는 데에는 문재인에게 이른바 ‘승부사 기질’을 요청하는 것으로 된다.
우리 한국정치역사는 승부사 기질이 남달랐던 세 정치인을 갖고 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세 전직대통령들이 그들이다. 승부사 기질이란 권력지향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지난 대선에서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문재인에게서 권력의지, 승부사기질이 약하다는 지적을 했었다. 승리의 요건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그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그 때보다도 더 요구되는 야당지도자의 자질이다. 세 전직 대통령들이 야당지도자였을 때 발휘했던 승부사 기질이 문재인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의원총사퇴 전술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최고의 투쟁형태이다. 고도의 정치력을 정치력의 온 전체를 다 발휘해야만 성사되는 최고의 문제이다. 그렇지만 해야할 것이다. 문재인은 단식을 중단한만큼 이제 합법적 정치투쟁의 최고 형태인 의원총사퇴를 향한 준비에 들어가야할 것이다.
그것이 당장에, 전례 없는 국가적 대재앙인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투명하게 규명하고 그를 통해 언제 또 다시 닥칠지도 모르는 ‘제2의 세월호참사’를 막는 데에서 거대야당의 지도자가 해야할 일이다.
'분석과 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의 외교거물, 강석주가 움직인다. (0) | 2014.09.02 |
---|---|
세계 곳곳에서 패퇴하는 미국 (0) | 2014.08.31 |
북한 리수용 외무상 방미가 갖는 의미 (0) | 2014.08.30 |
북미접촉설, 새로운 북미관계의 추동력일 수도 (0) | 2014.08.30 |
염수정 추기경의 매우 정치적인 ‘정치중립’ (0) | 2014.08.30 |
청소년들의 49%, 북한은 협력대상 (0) | 2014.08.28 |
북한 SLBM 발사 잠수함 보유설의 의미 (0) | 2014.08.27 |
미국의 아시아귀환정책과 한일간의 정상회담 (0) | 2014.08.26 |
비정상적인 박근혜정치 (0) | 2014.08.26 |
아! 성묘 (0) | 2014.08.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