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잡아라!
권말선
해가 빠지려는 저녁은
온 동네가 그야말로
시끌벅적
떠들썩
분주합니다.
해는 그저 제 갈 길 가려고
서산을 타고 넘는데
보내기 싫은,
깜깜한 밤이 오는 게 싫은 아이들이
해을 붙잡아 두려 안달이 났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가지를 쭈욱 쭉 뻗어 해를 묶었습니다.
"야호! 우리가 잡았어!"
하지만 해는 귀찮다는 듯 유유히 가버립니다.
축구골대가 큰소리 칩니다.
"기다려봐, 내 그물에 철렁 걸릴 것 같아!"
그렇지만 해는 또 스물스물 넘어 갑니다.
다급해진 건물이 크게 소리쳤습니다.
"야, 누가 어떻게 좀 해 봐!!"
그 소릴 듣고 지나던 비행기가 나섭니다.
"가만 있어봐, 내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비행기가 신이 나서 해를 쫓아 갑니다.
어? 아, 이런...
방향을 잘 못 잡았네요.
아까워라...!
금방이라도 꼴깍 산 등선이를 넘어가 버리려는 해를
누가 잡아 둘 수 있을까요?
느릿느릿 산을 넘던 해가
하품을 하며 웅얼웅얼 한 마디 합니다.
'얘들아, 안녕! 나 지금 몹시 졸려, 한 잠 자고 또 올게!'
하지만 속상해서 투덜거리느라 아무도 듣지 못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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