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
권말선
우주 같은 시커먼 뚝배기에
멸치 진하게 우려
땅색 된장 풀고
풀빛 호박과
청양고추,
비밀 품은 조개와
구름색깔 두부 넣고
고춧가루 소르르 뿌려
보글보글 끓이자
보그르르 된장찌개
뭉근히 퍼지는 된장
알싸한 청양고추
벙긋 부푼 두부
가륵가륵 퍼진 고춧가루
사이로 터지는
조개의 짧은 고백,
쩌억!
다 끓었구나,
밥 한 그릇에
된장찌개 쓱쓱비벼
먹고프다, 얼른
코 씰룩이며 반긴다
입 가득 침 고인다
숟가락 든 손 들썩들썩
두 눈 절로 반짝인다
배 속이 꼬륵꼬르륵 대며 조른다
한 숟가락 풍덩!
우주도
땅도
바다도
풀도 불꽃도
모두 담아
한 입에 꾸울꺽
맛나게 먹을란다.
자네도 함께 먹자,
보그르륵 된장찌개,
구수하다 된장찌개!
201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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