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건
권말선
일제와 싸우던 시기
포탄 날아드는 전장을
병사들 식사 보장하려
뜨거운 죽가마 머리에 이고
불길 마다않고 달렸다는
작식대원 어머니
600벌
병사들 겨울군복
동지들 몇 명과
몇 날 밤 새워가며 만들었다는
바느질 하시던 어머니
낮이면 바쁜 농사 일 돕고
밤이면 글 가르쳐 준
그렇게도 곱고 일 잘 하던
그러나
여순항쟁시기의 한가운데 쯤에서
결국에는 끔찍하게 처형당하고 말았다는
이름모를 어머니
한 없이 겸손하고 소박하고
정은 받을 때도 좋지만
줄 때가 훨씬 더 좋다 했다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들의
그 정신
그 사랑
그 열정
붉디 붉은
머리수건, 그 위에
고스란히 전해져
한 사람이 열 사람이나 된 듯
학생들, 근로자들
병사들, 이웃들
멋스럽고 편안한 옷
야무진 손끝 타고
알뜰히 만들어 질 때
어머니
넘치게 따사롭던 情,
포근한 미소는
환한 햇살처럼
사람들 가슴 가슴마다
찬란히 퍼져 가리라.
201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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