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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골담초

by 전선에서 2024. 6. 9.

골담초

권말선

새삼 이름을 묻지 마오
버선꽃이라 멋대로 불렀으면 됐지
이제와 굳이

꽃들이 어우러진 마당 지나
앞집 담벼락 그늘 아래
외따로 떨어져
피고 지고 피고 지느라
외로움은 가시로 돋았소
그리움이 갈증으로 덮친 날엔
이끼 무성한 수챗물 퍼마시다
목구멍에 걸린 실지렁이 난동에
꽃잎 끝까지 고열을 앓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소
마당을 오가는 이들 중 더러는
다가와 웃어 주기도 했으니
이제는 인적 다 끊어져
골목엔 흙먼지만 뒹굴고
수챗고랑 이끼도 가루졌는데
다시 무엇으로 채우리오
이 기갈, 어지럼

추억으로라도 묻지 마오
아침저녁 정히 부르지 못할 이름이면
이제사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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