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권말선
본디 나의 온 곳은
저 먼 하늘뿌리
당신도 나도 시나브로
잊고 살았던 아득한
인연의 고향 그 어디쯤
지상 한 점에 발 딛고
고개 젖혀 막연히
올려다보던 당신의 얼굴
발견하고 마냥 설레며
당신 발아래 한 점으로
무사히 내려앉던 순간이여
커다란 손 시리고 아리도록
정성스레 이리저리 간지럽히며
당신보다 조금 작은 나를 마침내
일으켜 세웠을 때, 우리 두 사람
마주 보며 고요히 웃었지, 그랬지
허나 우리들 사랑의 온도 따라
시절 무심히 녹아내리고
이별하는 연인들 다 그러하듯
당신의 안녕, 안녕만을...
본디 내 머물렀던 곳
저 하늘과 잇닿은 땅속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머물
당신 기억 속으로
먼 먼 후일 금세 다시 알아볼
당신과 나 눈맞춤 그리오며
기꺼이 기꺼이 안녀...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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