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적대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
<분석과 전망>향후 북미대결전 전선구도의 중심은 북의 핵전력 강화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내년 1월 20일, 미국의 46번 째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최고의 대북적대정책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글로벌리스트답게 트럼프 정부가 약화시켰다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동맹체계를 회복하겠다면서 한반도지배전략을 강조, 대북강경파들을 줴 끌어 모아 권력의 중심에 두껍게 포진시켜놨다.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을 국가안보보좌관엔 제이크 설리번을 지명한 게 대표적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다, 미 주류세력인 냉전매파들에 의해 육성.관리되는 관료들이다.
바이든의 대북적대가 필연이라면 또 하나의 필연이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를 북이 정면에서 돌파할 것이란 게 그것이다. 북의 본태가 그러하고 현 시기 정치지형과 정세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미국의 대북적대와 북의 정면돌파가 충돌하게 된다면 정세는 어떤 흐름을 타게 될 것인가? 이를 위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본격화된 북미협상 과정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 되고 난 뒤 지금까지 핵.미사일 활동 관련해 내놓은 결정과 입장, 행보 그리고 그 의미들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1. 북, 기존 북미협상구도 ’북의 비핵화 조치 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파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 둔 시점인 2018년 4월 20일, 북은 조선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열어 핵시험.ICBM 시험발사 중지를 결정했다. 다음 날인 21일부터 곧바로 이행된 결정이었다. 북은 동시에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한 조처로 핵시험장 폐기를 결정했고 그건 한 달 뒤인 5월 23일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로 집행됐다. 다들, 화들짝했다. 북이 신흥핵강국으로 등극하자 마자 그렇게 빠르고 통 크게 전략적 결단을 내리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어떤 의도에서 나왔는지는 바로 읽혔다. 70여년 간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 즉, 대북적대와 한미동맹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예정돼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특히 세기적인 북미정상회담이 갖는 기본 의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는 아울러 장기적인 전략으로 한반도 비핵화로 세계 핵군축을 추동해 세계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이었다. 전원회의가 핵시험 중지에 대해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북은) 핵시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한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치고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이 본 건 말로만 듣고 글에서만 봤던 ‘김정은 반제평화전략’의 실체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반제평화전략이 한반도의 근본문제 해결은 물론 북에서 말하는 ‘인류자주화 위업’ 실현을 위해 북미대결전의 복판에서 펼쳐내는 세기적 풍경을 사람들은 그렇듯 확인하게 된 것이다.
북이 그 상황에서 북미협상구도로 설정한 게 ‘비핵화 조치 대 대북제재 해제’였다. 줄기차게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에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해주고는 대북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를 한 것이다. 6.12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실천적 조치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북이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에 대북적대 폐기가 아니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한 게 단연 주목됐다. 한 단계 낮은 요구여서다. 핵보유 전략국가의 양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미국 내 정치지형에 대한 고려라는 점이다. 미국 내 반북세력의 북미협상 반발을 무력화하기 위해 취한 전략적 행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에 조응될만한 태세를 취했다. 이른바, ‘탑 다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스템’에 의거하지 않고 ‘탑 다운’ 방식을 취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이 아니라 ‘시스템’에 종으로 횡으로 배치돼 있는 미국 내 반북세력의 반발과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북도 트럼프 대통령도 공히 다 미국 내 정치지형을 고려해 그에 걸맞는 현실적인 정치협상전략을 취한 것이다. 평양에서는 ‘친분’이란 말이 워싱턴에선 ‘케미’라는 말이 나돌았던 배경이다. 미 언론들은 ‘브로맨스’라고 묘사했다.
북미협상은 그러나 그 세기적 의의에 걸맞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북미협상이 양국 정상들에 의해 직접 주도됐고 그 과정에 양 정상 간 친분은 쌓였지만 그것이 북미관계 진전으로까지는 발전되지 못한 것이다. 미 글로벌리스트들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에 대한 반발과 압박, 공격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미 주류세력과 주류언론들이 북미협상을 파탄낼 목적으로 2019년 2월 하노이정상회담 당일 날 ‘코언 청문회’를 열어 반트럼프 공세를 가한 게 대표적이다. 그때, 세계는 미국 내 전쟁.반북세력이 얼마나 공고한 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닉슨 대통령과 카터 대통령 때 주한미군철수 구상이 체계적으로 파기되었던 과정을 떠올리기도 했다. 제국주의 미국다웠다.
북의 ‘선제적인 중대조치’만으로 곧바로, 미국의 대북적대가 폐기되거나 세계 핵군축이 추동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기실, 상식이다. 70여년 북미대결전 역사는 북미대결전이 그렇듯 하루 아침에 쉽게 종식될 수 있는 게 아님을 지금도 수 없이 알려주고 있다.
2. 북, 새로운 북미협상구도 ‘대북적대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를 제시
북미협상이 미 글로벌리스트들의 반발과 공세 그리고 이에 포위된 트럼프 대통령의 소극성으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져들자 북은 익히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대미공세에 돌입했다. 순차적이었다. 하노이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등 미 협상 팀을 비판하는 대미선전공세에서 그 시작을 뗐다. 폼페오 장관을 ‘야심가’라고 공격한 게 그때였다. 본격적인 건 대미군사공세였다. 2019년 10월 SLBM 북극성 3형 시험발사를 했고 12월엔 ICBM 관련 ‘중대한 시험’을 두 차례나 진행했다. 또한 주한미군을 겨냥하는 중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도 벌였다. 북의 대미공세는 정치공세로 이어졌다.
“북미 신뢰구축을 위하여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선제적인 중대조치들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 2년 동안 이에 화답하기는커녕 합동군사연습들을 벌려놓고 첨단전쟁장비들을 남에 반입하여 군사적으로 위협하였으며 십여 차례의 단독 제재조치들을 취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12월 28~31일 열린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북미협상 과정을 그렇게 평가했다. 그리고는 그게 “우리를 압살하려는 야망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미국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지켜주는 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했다. 핵시험.ICBM 시험발사 중지를 파기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장 대미공세는 그것에서 멎지 않았다. 미국이 대북적대를 계속한다면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를 한 것이다. ‘충격적 실제행동’은 2019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에 이어 내놓은 또 하나의 수위 높은 대미공세였다. 주목할 건 더 있다.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한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 등도 함께 엮어 세계3대 핵강국에 그렇게 섬뜩한 전략적 경고까지 보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급기야, 7월 10일 북미협상구도와 관련, 실천적 결단을 내린다. "'비핵화 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 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한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통해서였다. 현 시기 북의 대미정책 방향을 담고 있는 ‘대미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이 최근 한 말이다. 일단, 기존 북미협상구도 ‘비핵화 조치 대 대북제재 해제’를 파기한 것이었다. 트럼프 정부와의 북미협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때 이후 북미 간에 그 어떤 유의미한 협상도 없었던 이유다. 중요한 건 북이 이후 새로운 북미협상구도로 ‘대북적대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해 6월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해제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고 이어 12월 말 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를 선언했을 때부터 익히 예고됐던 것이었다.
3. 북, 핵전력 강화로 미 대북적대를 없애고 새로운 북미협상탁을 마련할 것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
5차 전원회의 결정문에 있는 내용이다. 이후 북미대결전 정세 전망에서 실천적으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다. 바이든의 대북적대에 북이 정면돌파전으로 맞서면서 구사할 정치안보기제가 핵전력 강화라는 걸 확정시켜준다. 북이 북미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한 대북적대 철회를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핵전력 강화로 강제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사실, 특별할 게 없다. 핵보유 전략국가라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일상활동이 핵전력 강화활동이다. 미국이 ‘미니트 맨-3’을 쏴 올리고 중국이 ‘둥펑’ 미사일 시리즈를 시험발사하는 것 그리고 특히 러시아가 최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 시험 발사를 하는 것 등이 그 비근한 사례들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활동은 기본적으로는 핵보유 전략국가의 일상활동이지만 그러나 현 정세에서는 애초 북미대결전 최고의 투쟁전선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다. 본질적으로는 ‘김정은 반제평화전략’ 하에 편성돼 있는 반미군사투쟁의 핵심전선이다.
그렇다면, 이후 ‘미 대북적대 대 북 핵전력 강화’의 전선구도에서 북은 핵전력 강화의 폭과 심도를 어떻게 높여갈 것인가?
어렵지 않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SLBM 발사와 12월의 ‘중대한 시험’ 그리고 올해가 북이 2016년 세운 ‘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서 마지막 해라는 것에 착목을 하면 그 예상은 또렷해진다. 특히,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돐 열병식에 주목하면 그 예상에 세세한 모양새까지도 입힐 수가 있다.
기본은 한국과 일본의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다. 새로운 잠수함 공개 그리고 그 새로운 잠수함에서의 SLBM 북극성 4ㅅ형 시험발사도 기본에 속한다. 다들, 트럼프 정부와 북미협상 진행과정에서 전개했던 일상적 핵전력 강화 활동들이다. 미국이 말하는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공세들인 셈이다.
북은 그러나 기본에서 벗어나 반 발자욱 더 들어갈 수도 있다. ‘레드 라인’의 경계에 올라타서는 정지궤도 위성발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북이 동원할 명분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서 ‘경제발전 요구’ 등 충분하다. 미국은 요란스럽게 반발할 것이다. 북의 인공위성 발사가 ICBM의 과학기술과 유사하다면서 제재를 했던 유엔안보리 결의를 앞세우면서 미국이 부리게 될 반발은 그러나 오래 갈 수가 없다. 특히 정세구성력을 갖지 못할 것이고 그저 소란에 불과할 것이다. 미국이 북 핵개발 시기 북핵문제에 가동시켰던 미중러의 전략공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가 돼 핵전력 강화활동을 벌이게 되면서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문제와 관련된 미 대북제재에서 멀리 이탈해 있는 상태다.
북의 핵전력 강화 시간표를 예상해 보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르면 지금부터 내년 1월 8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까지의 기간일 수 있다. 늦는다 해도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는 1월 20일 전후부터 펜타곤이 지난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하기로 결정한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까지의 기간일 수 있다.
북은 전반 북미대결전전략 하에 미리 짜놓은 일정표에 따라 전반 핵전력 강화 중 이러한 중강도 활동으로 대미공세의 시작을 떼게 되는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중강도에서 멎지 않고 내처 고강도로 나아갈 수도 있다. 2018년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핵시험.ICBM시험 발사 중지를 철회하는 게 그것이다. 미국이 끝내 대북적대를 철회하지 않아 북미협상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북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새로운 길’로 들어서 대북적대를 파탄내는 최고 방도를 채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길’에서 북이 수행하게 될 고강도 핵전력 강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5차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충격적 실제행동’을 의미한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태평양 상에서의 수소탄 시험’을 비롯해 ‘괌 타격 군사훈련’을 거론하고 있다. 익히, 북이 언급했던 것들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몇몇 군사전문가들은 ‘핵 이전 위협’ 등을 꼽고 있기도 하다. 다들, 일리가 있고 현실성도 갖고 있는 것들이다.
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와 고강도 핵전력 강화 둘 중 어느 대목에서 대북적대를 폐기해 북미협상을 재개할 지는 미국이 결정할 몫이다. 미 패권의 쇠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미국이 중강도 핵전력 강화에서 북미협상을 한다면 미 패권 쇠락은 연착륙이겠지만 고강도 핵전력 강화에서 북미협상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경착륙일 것이다.
‘비핵화 조치 대 대북제재 해제’라는 북미협상구도는 파기됐고 트럼프 정부 하에서 북미협상은 종결됐다. 하지만 6.12북미공동성명을 통해 확정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조와 방향은 여전히 살아있다. 바이든 정부 하에서도 유효할 것이다. 핵보유 전략국가 사이의 합의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정치지형과 정세흐름에 따르면 미국은 북이 대북적대 폐기 대 북미협상 재개라는 전선구도에 머지않아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종국적으론 미국이 ‘김정은 반제평화전략’을 받아들이게 되는 공정이다.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로 등극한 뒤 새롭게 짜진 세계정치지형 그리고 이에 따르는 정세흐름에 따르면 이는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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