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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백두 아래 삼지연시

by 전선에서 2020. 8. 8.


백두 아래 삼지연시


권말선



그림이다

화가의 붓이 아닌

불가능을 모르는

건설노동자, 군인들의

엑센 팔뚝과 듬직한 어깨

쉼 없는 발길이 빚어낸

살아 숨쉬는

걸작이다


귀틀집 열 몇 채에서 시작해

어엿한 산간도시로

천지개벽 이뤄낸

하늘 아래

백두 아래 첫 동네

삼지연시


눈 쌓인 계절이면

흰 광목천 길게 펼쳐 놓은 듯

저 먼 언덕에서부터 스키장이 늘어지고

솜털옷 입은 집집마다 고이 간직한 추억들

긴 밤 내도록 아껴 풀어보는 곳

눈 녹은 계절이면

백두에서부터 푸름이 밀려 내려오고

삼지연 연못가에 진달래 무성히 피는 곳

봇나무 사이 시원한 바람 넘나들면

초록이 골목마다 함뿍 물드는 곳


아아, 내 눈으로 볼 날 곧 올까

내 발길 허락해 줄까

두렵고 눈물나는 것은

그토록 아름다운 도시

갸륵한 정성으로 쌓아 올린 마을

자갈 한 톨, 나무 한 그루와

백두의 글발에 깃든

묵직한 사연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함부로 지나치는 건 아닐까

무심히 대하는 건 아닐까 하여


설계자, 건설자들이여

언제든 자랑스레 들려주시라

삼지연시는 어떤 땅인지

그대 흘린 피땀의 의미는 무엇인지

천지개벽은 누구를 향한 포효인지


백두가 내어 준 넉넉한 품 안에

아늑히 깃들은 

고향같이 정겨운 마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빛나라고

맑은 연못도

제 심장을 열어 축복하는

하늘 아래 

백두 아래 

아름다운 삼지연시


거기

가볼 날

곧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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