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 아래 삼지연시
권말선
그림이다
화가의 붓이 아닌
불가능을 모르는
건설노동자, 군인들의
엑센 팔뚝과 듬직한 어깨
쉼 없는 발길이 빚어낸
살아 숨쉬는
걸작이다
귀틀집 열 몇 채에서 시작해
어엿한 산간도시로
천지개벽 이뤄낸
하늘 아래
백두 아래 첫 동네
삼지연시
눈 쌓인 계절이면
흰 광목천 길게 펼쳐 놓은 듯
저 먼 언덕에서부터 스키장이 늘어지고
솜털옷 입은 집집마다 고이 간직한 추억들
긴 밤 내도록 아껴 풀어보는 곳
눈 녹은 계절이면
백두에서부터 푸름이 밀려 내려오고
삼지연 연못가에 진달래 무성히 피는 곳
봇나무 사이 시원한 바람 넘나들면
초록이 골목마다 함뿍 물드는 곳
아아, 내 눈으로 볼 날 곧 올까
내 발길 허락해 줄까
두렵고 눈물나는 것은
그토록 아름다운 도시
갸륵한 정성으로 쌓아 올린 마을
자갈 한 톨, 나무 한 그루와
백두의 글발에 깃든
묵직한 사연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함부로 지나치는 건 아닐까
무심히 대하는 건 아닐까 하여
설계자, 건설자들이여
언제든 자랑스레 들려주시라
삼지연시는 어떤 땅인지
그대 흘린 피땀의 의미는 무엇인지
천지개벽은 누구를 향한 포효인지
백두가 내어 준 넉넉한 품 안에
아늑히 깃들은
고향같이 정겨운 마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빛나라고
맑은 연못도
제 심장을 열어 축복하는
하늘 아래
백두 아래
아름다운 삼지연시
거기
가볼 날
곧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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