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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북미정상회담 전망, 두 가지의 선언과 두 가지의 방도

by 전선에서 2018. 3. 23.

두 가지의 선언과 두 가지의 방도

<분석과전망> 북미정상회담 전망


 


 

정세에 대한 전망이나 예상이 자주 어긋난다. 정세주도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제대로 안되어서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정세주도권을 쥐고 있는 데의 의중을 정확히 간파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어렵다. 전망과 예상, 단정과 추정 등의 개념을 기피하게 되는 이유다. 대신, 상상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상상.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1- 북미고위급회의로 북미관계정상화를, ‘세계비확산체제로 한반도비핵화를

 

김정은 북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장이 20183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을 제기해 관철시킨다. 70여년 북미대결전에서 길이 빛날 대사변이다.

 

북미정상회담은 전광석화처럼 왔다. 하지만 정작, 전광석화 같았던 건 대화전제 마련이었다. 북이 지난해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석 달 동안 핵시험은 물론, 미사일 시험발사도 하지 않았다. ·미사일 시험을 일정 기간 중단하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향을 표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응이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성도 확인되었다. 한미연합훈련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인 4월로 연기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길 수가 있다. 11월 중간 선거 승리는 물론, 대통령 재선 가능성까지 높이는 것일 수도 있다.

 

현 시기 북미대결전은 북미관계정상화문제와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기적 대결전이다. 북미정상회담은 성공한다면 그 북미대결전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은 두 가지 점에서 세기적 의미를 갖는다. 정전협정 당사국 지도자가 최초로 만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1989년 북핵문제가 처음 발생한지 29년 만에 미국과 북의 정상이 만난다는 점이다. 이는 일정한 곡절을 동반하기는 하겠지만 5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면 70여년 북미대결전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임을 확정해준다.

 

북미정상회담은 상상컨대, 두 가지를 선언하고 그를 실행할 두 가지의 방도도 내놓을 것이다. 북미관계 정상화 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두 가지 선언이다. 두 개의 방도는 북미관계정상화 공정을 마련할 북미고위급회의 개최가 하나고 또 하나는 그와는 별도의 궤도인 한반도비핵화 공정을 마련할 세계비확산체제가동이다.

 

2-북미고위급회의는 종전선언과 평협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를 통한 북미관계정상화 경로

 

북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만들어질 북미고위급회의가 다루어야할 의제를 미리 내놨다. 지난 38일 한국 대북특사단 언론보도문을 통해서다. ‘대북군사위협을 해소하고 북 체제 보장을 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대목이다. 대북군사위협 해소는 미국의 한미연합군사 훈련 중단과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북 체제 보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이 중 단연 돋보일 것은 주한미군 철수문제다. 북미고위급회에서 핵심의제다. 최근, 미국의 대북전문가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를 비롯해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대북전문가들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북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016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5대 조건 중 하나로 핵 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 철수 선포를 제시했다.

 

북미고위급회의는 이처럼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해 북미수교를 이뤄내는 북미관계 정상화 공정이다.

 

3-한반도 비핵화의 입구는 핵군축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어떤 공정을 거쳐 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될 지 상상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북핵 개발 시기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관계정상화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물려있었다. 북핵 개발 초장기였던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비핵화로 들어가 평화협정을 거쳐 수교로 나오는 경로를 탄 것도 20059·19공동성명 등 중반기 때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및 수교를 동시에 병행하는 행동 대 행동이라는 병행 경로를 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이 핵무력 완성을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북미관계정상화 문제의 관계는 달라지고 말았다. 북 핵무력이 북미관계정상화 문제에 맞물려 있었던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따로 떼어내서는 독자적인 궤도를 마련해준 것이다.

 

북미관계정상화 문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궤도를 갖게 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이제, 두 단계를 거치는 해결 경로를 타게 될 것이다.

 

먼저 핵군축 단계다. 대단히 합법칙적이다. 북이 자연스럽게 제기할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완벽한 비핵화)로 맞서는 모양새를 보이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CVID는 원리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협상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 못된다. 핵은 노출되지 않는다. 북핵은 더욱 그렇다.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70여년 간의 치열한 북미대결전에서 개발돼서다. 핵물질, 소형핵무기, 이동 가능한 ICBM 같은 미사일 그리고 다양한 핵시설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철저하고 투명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이 북을 침공해 점령을 하게 된다면 가능한 일이다. 제임스 도빈스 전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며 핵동결을 북핵 해법으로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CVID는 현실과 원리가 확정해주건대, 협상용이 아니라 정치수사 등 공허한 정치공세용인 것이다.

 

흥미로울 것은 핵군축의 범위와 수준이다. 북의 완성된 핵무력과 핵전력 강화 공언에 규정당할 수 밖에 없다. 북은 자연스럽게,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며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비핵화 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그때 미국은 쓸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 북의 요구를 들어주어야한다. 아니면 대북적대정책 지속핵전력 강화라는 새로운 북미대결전 국면으로 이동할 각오를 해야한다. 둘 중에 하나밖에 없다. 중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현실은 미국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지속북의 핵전력 강화라는 대결국면으로 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정적으로 보여준다. 북과 전쟁을 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대북적대정책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더구나 결정적으로는 북의 핵전력 강화가 대북적대정책을 뛰어넘어 세계비확산체제를 허물어낼 것이다. 결국 미국이 현실적으로 결정할 것은 타협이다.

미국은 북에 대한 핵 불사용 확약을 해주는 차원에서 핵 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 철수를 선언하면 된다. 특별한 것도 생소한 것도 아니다. 주한미군철수는 북미대결전에서 숱하게 제기되었다. 최근의 사례로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했던 스티브 배넌의 주한미군철수론을 들 수가 있다. 배넌은 지난해 816일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북의 핵동결을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었다. 조건이 핵군축도 아니고 핵동결이었다.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에 조응해 북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것으로 ICBM 폐기를 들 수가 있다. 이 또한 생소하지 않다. 토마스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군사 전문지 디펜스원’( Defense One)에 기고한 글에서 북이 ICBM 폐기의 대가로 주한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요구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치인 미국우선주의의 안보 영역에서 미국본토에 탄착할 수 있는 북 ICBM 보다 더 큰 위협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였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현실성과 설득력을 얻고 있는 논리다.

 

한반도 비핵화의 첫 번째 단계인 핵군축 공정은 이처럼 북 ICBM 폐기와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를 맞교환하는 것으로 완결될 수가 있다. 그때, 세계의 진보주의자들은 70여년 북미대결전이 종식되는 세기적 사변을 지켜보면서 북미관계정상화의 완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4- 한반도 비핵화의 출구는 세계비핵화

 

한반도 비핵화는 북 미 간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문제다. 핵보유국들 특히 미러중북 등 세계 4대핵강국이 풀어야할 문제인 것이다. 북이 핵무력을 완성한 조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루고 해결할 수 있는 데는 구체적으로 세계비확산체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현 시기 세계 비확산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곳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비확산체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 수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곧바로 자신을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두 번째 단계에 올라타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주창했던 세계비핵화와 결부되는 일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방향은 그렇게 명료하게 설정된다. 한반도 비핵화이자 세계비핵화인 것이다.

 

세계비핵화와 결부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세계비확산체제는 자기 소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명실상부한 국제적 핵군축 기구 하나를 꾸리는 것이 그 출발이다. 1970년대 초 미국과 소련사이에 있었던 핵군축 회담 전략무기제한협정(SALT)를 참고할 것이다. 기본주체는 북미가 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을 따라 붙게 할 수도 있다.

세계비확산체제에 안정적으로 올라탄 한반도 비핵화는 그때부터 마침내 미러중북 등 4대 핵강국들을 동원해 세계비핵화를 향한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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