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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쿠알라룸프르 북미회동은 힐러리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행보

by 전선에서 2016. 10. 22.

핵동결 대 평화협정

<분석과전망>쿠알라룸프르 북미회동은 힐러리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행보


  

쿠알라룸푸르 북미회동은 북미대화를 위한 준비

 

북미 간 비밀접촉이 21-22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성렬 외무성 미국 국장이 주도한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크게 놀라워했습니다. 한국장과 한 테이블에 앉은 미 대표단의 면면 때문이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와 조지프 디트라니. 대표적인 대북전문가들입니다.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미전쟁을 막아낸 미 측 주역입니다. 19941차 북핵위기 당시 국무부 차관보로서 북미 제네바 합의 미측 대표였던 것입니다.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비확산센터 소장 역시 그 명성은 설명이 필요치가 않습니다.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냈으며 북핵 관련해 공개 비공개 가리지 않고 수많게도 방북을 한 대표적인 북핵전문가입니다.

 

북측 대표단에는 장일훈 유엔 차석 대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 대사는 이른바 뉴욕채널의 북측 대표입니다.

 

양측 대표단의 이러한 면면은 이번 쿠알라룸프르북미극비회동의 성격을 명확히 해줍니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으로는 극비회동의 내용기조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갈루치는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독일 베를린 등지에서 여러 차례 북측 인사들과 접촉하며 트랙 2 대표 역할을 하면서 북미대화 흐름을 만드는데 일조해온 인사입니다. 디트라니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북의 4차 핵시험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 핵 개발을 멈추려면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가 디트라니였습니다.

 

쿠알라룸푸르북미회동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익히 예상되었던 일입니다. 한국장이 내내 보여주었던 일련의 행보를 따라가면 누구든지 읽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장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이었습니다. 북의 수소탄 시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둘러싸고 북미대결전이 한창 높아져 있는 조건에서 한국장은 스웨덴에서 미 전직 외교관을 만납니다

9월에는 평양을 방문한 민간 차원의 미국 사절단을 만납니다. 사절단장이 뉴멕시코 주지사이자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던 빌 리처드슨이었습니다. 단연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리처드슨은 수년간 대북 문제를 다룬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리처드슨의 평양행의 주요 의제가 미군유해발굴문제였습니다. 미군유해발굴문제는 언제라도 북미대화국면이 열리는 것과 맞물립니다. 북미대결전 역사가 또렷히 기록하고 있듯이 미군유해발굴은 북미대화의 바로미터입니다.

 

이것들은 쿠알라룸푸르 북미회동이 한국장이 지난 몇 개월 동안 진행해왔던 다양한 대미비밀접촉의 완결판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증해주고 있습니다.

 

쿠알라룸프르북미회동은 오바마의 시간벌기용이 아니라 힐러리의 작품


 

북미비밀접촉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이 오바마정부의 시간벌기용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선 기간이니 조용히 있어 달라 그러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미국의 속내라는 것입니다. 근거로 북핵 피로감이 극에 달했던 부시정부가 임기 막바지 미봉책으로 영변 냉각탑 폭파 쇼를 벌이고 떠난 것을 듭니다.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언뜻 보았을 때나 그 분석은 성립됩니다. 그동안의 북미대결전의 역사에 눈을 질끈 감거나 현재 조성되어있는 북미대결정세를 애써 외면하면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인 것입니다.

 

북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의해 형성되어있는 지금의 북미핵대결전 양상은 이전의 전략적 대결국면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북이 도달한 북핵능력 고도화를 동력으로 해서 형성되어있는 전략적 대결국면은 이전과 같은 미국의 면피용대책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한미합동 군사연습의 유보를 고려하거나 북한에 불가침 조약을 해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정책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인 하먼 소장의 주장입니다. 2일자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서였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일단 장기적 목표로 두고 북한의 핵·장거리미사일 실험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당면 목표로 삼아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그 구체적인 대안을 그렇게 제시한 것입니다.

 

핵동결 VS 불가침조약.

 

하먼 소장의 이 주장은 단연 주목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용이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미국의 합리적이고 실용주의적인 대북전문가들이라면 너나 할 것 내놓고 있는 주장입니다. 이미 지그프리드 해커박사의 3NO정책에서 조웰 위트 3.8노스 운영자의 주장에서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장관의 견해에서 쉽게 확인된 것들입니다.

 

하먼 소장은 민주당에서 9선이나 지낸 의원입니다. 미 정치계에서는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결정적인 것은 힐러리가 118일 미대선에서 당선이 된다면 차기 국무장관으로 유력시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들은 쿠알라룸프르북미회동이 힐러리가 자신의 당선을 예견하면서 북핵능력고도화가 추동하고 있는 북미대결전 정세의 흐름과 동북아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견하면서 기획하고 있는 정치력임을 보여줍니다.

 

쿠알라룸프르북미회동은 결국 오바마정부당국의 시간벌기용이 아니라 미 전반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정책이 근본적인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정하고 대북적대정책을 스스로 파탄시키고 있음을 반영하는 정치현상입니다. 차기 대통령에 힐러리가 되든 트럼프가 되든 북 한성렬 북미국장이 주도한 쿠알라룸푸르북미회동의 문제의식은 따라서 현 시기 북미대결전에서 중요한 역사적 지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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