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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한 소녀가 영정 앞에서 꽃을 토닥토닥 흔들며 서 있었네

by 전선에서 2015. 8. 22.





한 소녀가 영정 앞에서 꽃을 토닥토닥 흔들며 서 있었네

 


       권말선



친구야!

보고 싶어 찾아왔지만

네 앞에 이 하얀 꽃

내려놓기 까지

몇 번이고 망설이게 돼

 

, 생각이 나

너와 머리 맞대고

흰 백지에 우리 미래

그려보던 날, 그 큰 종이 위에

동그라미 하나 달랑 그려 놓고

요리가 담긴 접시를 그릴까

세계여행 할 지구를 그릴까

그래, 꿈은 크게 가지랬지

반짝이는 은하수에서

우주복 패션쇼를 하는 거야!‘

알록달록 색색의 우주복 입은

우리 모습 우리 꿈 그리며

웃었지, 너와 난 참 많이도 웃었지

 

, 알고 있어

네가 얼마나 밝고 명랑하고

또 얼마나 친절한 아이인지

내가 서운하게 해서 울던 너

미안하다 말 못해서 쭈뼛거리면

내 손 잡고 매점으로 달려가던 일

언젠가 꼭 밤새워 놀게 되면

패션쇼 하자며 언니 옷장

활짝 열어 보이며 즐거워했던 일

친구야, 너도 기억나지?

 

내 친구야!

너 없이 나 혼자 남게 되었다고

걱정하지 마, 슬퍼하지 마

앞으로도 난 혼자가 아니야

내가 그리는 꿈속에

너의 꿈이 함께 있어

사람들은 알게 될 거야

내가 지나가는 길 위에

너도 함께 있다는 걸 말야

 

네가 잊혀 지지 않도록

내가 붓을 들고 그릴게

그 때 우리가 함께 그렸던

너의 미래 나의 미래

끝내지 못한 우리 수학여행도

너를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이 들었던 촛불도

노래도 노란 리본도

엄마 아빠의 발걸음들도

세상이라는 넓은 백지에

너를 기억하는 나와

너를 기억하는 우리가

다 그려 넣을게

 

우리가 잃었던 것

우리가 빼앗겼던 것

그냥 둘 순 없잖아

하나하나 다 찾아올게

다시는 빼앗기지 않도록

어른이 된 내가 튼튼히 지킬게

시간이 걸리겠지만

너라면, 내가 사랑하는 너라면

기다려 줄 수 있을 거야

 

친구야,

너를 기억하며 우는 날도 있겠지

너를 기억하며 웃는 날도 있겠지

아프면 아픈 대로

웃음이 나면 웃으며

너를 기억할거야

너를 향한 그리움이

하얗게 새가 되어

너에게 닿을 때까지

 

사랑하는 친구야,

긴 머리 찰랑대며 웃던 친구야

지금도 나를 보며 웃는 친구야

큰 목소리로 날 부르던 친구야

네 꿈을 내게 맡기고 간 친구들아

세월이 흘러도 흐르지 않은 것처럼

모든 기억 새록새록 일으켜 세워

생을 넘어, 시간을 뛰어 넘어

학교가 들썩이도록 웃던 그 날로

돌아가고 싶구나, 만나고 싶구나

 

그 땐 지금처럼 망설이며 너에게

하얀꽃을 주지는 않을 거야

너를 꼭 안아 줄 거야

너를 꼬옥 안아 줄 거야

친구야,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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