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밤, 여름밤
권말선
깜장물감 듬뿍 쏟아놓은 하늘
흰 옷의 달님 살살 거닐고
별들은 퐁장퐁장 물장구치며
시끄럽게 까륵까륵 놀고 있을 때
마당에 멍석 깔고
다정한 너랑
길쭉하게 누워봤으면
누군가 퉁기는 둥-그런 기타소리
까딱까딱 흥얼흥얼 박자맞추다
손가락으로 별님 달님 볼따구도
콕콕 찔러봤으면
수줍게 마실 나온 구름조각에
슬쩍 말 걸어 봐야지
찌릇쓰릇 풀벌레들 수다도
가만히 엿듣다 참견해야지
시원한 바람 불어오면
뒤척이는 척 하며
너를 꼭 안아 줄거야
먼 산
도깨비들 불꽃놀이
아슬히 폈다 지고
둥그런 기타소리
꿈결처럼
풀벌레 수다소리
꿈결처럼
별아기 코고는 소리
꿈결처럼
달님마저
꼬닥꼬닥
졸아대며는
시나브로
우리도
잠이 들겠지
즐겁고 행복하기
딱 좋을 그런
밤,
밤
여름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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