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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밤, 밤, 여름밤

by 전선에서 2015. 7. 29.




밤, 밤, 여름밤

 

   권말선


 

깜장물감 듬뿍 쏟아놓은 하늘

흰 옷의 달님 살살 거닐고

별들은 퐁장퐁장 물장구치며

시끄럽게 까륵까륵 놀고 있을 때

 

마당에 멍석 깔고

다정한 너랑 

길쭉하게 누워봤으면

 

누군가 퉁기는 둥-그런 기타소리

까딱까딱 흥얼흥얼 박자맞추다

손가락으로 별님 달님 볼따구도

콕콕 찔러봤으면

 

수줍게 마실 나온 구름조각에

슬쩍 말 걸어 봐야지

찌릇쓰릇 풀벌레들 수다도

가만히 엿듣다 참견해야지

 

시원한 바람 불어오면

뒤척이는 척 하며

너를 꼭 안아 줄거야

 

먼 산 

도깨비들 불꽃놀이

아슬히 폈다 지고

 

둥그런 기타소리

꿈결처럼

풀벌레 수다소리

꿈결처럼

별아기 코고는 소리

꿈결처럼

 

달님마저

꼬닥꼬닥 

졸아대며는

 

시나브로 

우리도

잠이 들겠지

 

즐겁고 행복하기

딱 좋을 그런
밤, 밤 

여름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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