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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북한은 ‘공포정치’도 하고 ‘유령정치’도 한다?

by 전선에서 2015. 6. 16.

북한은 공포정치도 하고 유령정치도 한다?  

<낙원동 술집에서>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어디에

 


              북한 중앙TV의 배경화면에 또 다시 등장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2015.6.15



뭐야? 또 나타났다구?”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북한 TV에 또 나왔다는 얘기를 하자 녀석은 호들갑을 피웠다.

들릴 듯 말 듯 지나가는 듯한 투로 얘기를 한 것이었다. 목소리 또한 크지 않았다. 더 이상은 안주거리조차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작용한 터였다.

 

시꺼, 새꺄

머릿고기를 내려놓으며 주인양반이 녀석의 머리에 주먹을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1분 뉴스! 자세히 얘길 해봐

언제부터인가 녀석은 나를 ‘1분뉴스라고 불렀다. 이런 저런 뉴스를 다 정리해두고 있다가 녀석을 만나면 짧게 설명해주는 것을 녀석은 과도할 정도로 좋아했다.

더 좋은 것은 나였다. 녀석이 나를 더 이상 구박하지 않게 된 것은 녀석에게서 1분 뉴스라는 그 별명을 받은 시점과 정확히 일치했다.

술값이 없어도 녀석이 죽치고 있는 술집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되었던 것은 그 뒤부터였다. 안주를 입안에 옴팡 집어 넣어 말을 못할 정도가 되어도 녀석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현부장이 1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의 화면에 그대로 나타났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남성 합창단의 노래 '혁명무력은 원수님 영도만 받든다'의 배경화면이었고 그것도 무려 세 차례나 등장했다는 것도 덧붙혀 주었다.

 

언제라도 그렇듯 녀석의 눈에는 말똥 말똥 빛이 새어나왔다.

, 세번이나

녀석은 예의 그 특유의 탄성을 뱉어냈다.

대낮에 운동장에서 가족들 하고 백명도 넘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고사총으로 갈겨버렸다며

내가 한 말 아냐

국정원이 그랬쟎아

그랬다. 현영철 고사총 총살설이 나온 근원지는 공식적으로 국정원이었다. 믿을 만한 정보는 아니며 다만 첩보수준이라는 말을 덧붙혀 국정원은 현영철 고사총 총살설을 세상으로 내보냈다.


그럼 영철이 갸가, 귀신이야 귀신?”

생방이 아니라 재방이라니까


현부장이 지난 4월 말 이후 공개석상에 사라졌으나 여전히 재방 화면에 간헐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국정원의 고사총 총살설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현부장이 또 다시 화면에 등장한 것을 두고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현영철 숙청과 관련해 김정은 정권의 잔인성과 공포정치 등이 부각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대외적 여론을 의식해 현영철의 숙청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이어 현 부장이 당분간 재방송에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혔다.

 

우리 각하께서 열 받겠다

누구한테?”

국정원한테


녀석은 지난 5월 술자리에서 했던 설명을 잊어버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국정원은 대통령한테 보고만 하려고 했는데 그런 건 국민들에게 알려야 된다며 대통령이 직접 공개지시를 한 것이라는 뉴스가 당시 돌았었다는 설명을 다시 해주었다.

그 뒤 대통령이 한동안 여기저기 다니면서 북한이 공포정치를 한다고 역설을 했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미국도 장단을 잘 맞추어 주었다는 것도 꼼꼼히 설명을 해주었다. 당연하게도 1분은 넘지 않았다.

 

역시, 1분뉴스야

녀석은 자주 그랬듯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지난해 술자리에서 처음 녀석을 만났을 때 자신이 대학 시절 축구선수였다며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해준 사람에게 그렇게 해주곤 했다는 말을 했다. 장황했다. 구성도 군데 군데 허술했다. 

녀석의 말을 비긋이 웃으며 듣고 있던 주인양반은 뻥이야, 속지마라며 그때도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그렇지만 난 팩트로 받았다. ‘일생일대 최고의 스팩이라고 추켜 세워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녀석과 친해지려는 술수였다. 그 술수는 실제로 녀석과 급속하게 가까워지는 계기를 훌륭하게 만들어주었다. 


못생기지만 않았어도 티비에 나갈 수 있었을 낀데 쯧쯧, 아까운 국보급 인재가 이 골목에서 이 모냥으로 퍼질러 있다는 건 아무래도 국가적 손해야? 그치

맞아

그럼 이병기는 짤릴 필요가 없네

그럼


국정원에도 대통령에게도 현영철 고사총 총살설이 팩트인가 아닌가하는 것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닐 터였다.

반북공세의 그럴듯한 소재가 되어주면 그만이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서 특징적으로 있는 현상이었다. 이명박 정부때보다 심해도 한참 심했고 잦기도 했다. 종편까지 가세해들면 갖은 모양새로 가관이 되어 국민들에게 전파되었다. 


우리각하께서 무섭겠다

뒈졌다는 놈이 화면상에서나마 계속해서 나오니 박 대통령은 기분이 나쁠 테고 국정원 또한 걱정이 될 만도 하겠지만 정작에는 무서움을 느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럼 그것도 공포정치?“

빙신

?”

이런 건 말이야. 유령정치라고 하는게야 엉


유령정치. 그럴듯 했다.

녀석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박대통령이 말 한대로 공포정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령정치도 하고 있는 셈이었다. 북한의 유령정치의 대상은, 물론 반북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박대통령 그리고 국정원이 될 터였다.

 

와우,니가 여기에 있는 것도 국가적 손실이야

이번에는 내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럼

 

야야야야, 시끄럽다고 했쟎아. 노숙자들 주제에 꼴값들을 떨어요..”

주방에 걸터앉아 막걸리를 입에 털어녛고 있던 주인양반은 예의 그 고성의 악을 써댔다.


창밖 골목으로 어둠들이 그 많던 사람들을 죄다 밀어내고 짙게 깔려있는 것이 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낙원동 술집은 언제라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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