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clien.net에서 펌)
작은집
- '세월호 학살' 300일을 아파하며
권말선
광화문광장 천막동네
기억과 그리움의
작은집
키 낮고 아담한 목조건물은
세월호 타고 수학여행 떠났다
돌아오지 못한
우리 아이들 집이랍니다
문고리도 없고
초인종도 없고
우편함도 없는
조그만 집이지만
오늘처럼 눈이 오거나
어제처럼 비가 오거나
또 바람이 불어도
찾아오는 벗들은
끊이지 않아요
그 집에 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가만히 서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가만히 미소 짓고
가만히 생각하다
가만히 둘러보고
또 가만히 눈물짓지요
거기서 잘 지내는 거니
보고 있는 거니
엄마가 기다리는데
아빠가 그리워하는데
꿈에라도 와 주렴
정말 미안하다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줄게
사랑한다, 사랑해
말없이 속으로만
인사하다 돌아갑니다
집 떠나 여행간 아이들
집에 돌아오지 못해
이리저리 헤맬까봐
마음착한 아저씨가
지어준 작은집
아직 못 돌아온 친구들
모두 다 찾게 되면
그 작은집에 모여
잃었던 이야기들
궁금했던 진실을
하나하나 들려주겠죠
광화문광장 천막동네
작은집에는
별이 된 아이들이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세우고
말을 건넵니다
잊지 않았나요?
진실을 알고 싶나요?
나를 사랑하나요?
오래도록 기억해 주실거지요?
광화문광장 천막동네
한가운데 선
작은집
우리가 미처 지키지 못했으나
또한 반드시 지켜내야 할
우리 아이들의 미래
진실을 밝혀야 할
분명한 이유가
거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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