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창 선생님과 함께 한 통일기행
권말선
하늘은 파랗고
메뚜기 폴짝대는 가을
넓디넓은 철원평야
민간인통제구역 안
지뢰밭 훌훌 지나 마련된
<철원군 통일쌀 벼베기> 행사에
7, 80명 모여
벼 베기, 낱알 훑기
떡메치기, 새끼줄 꼬기
풍물에 어깨도 들썩이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하며
풍년과 통일을 기원했네
남녀노소 참가한 새끼줄 꼬기 대회
누구는 머리카락 땋듯 하고
누구는 울퉁불퉁하게
누구는 가늘게 또 누구는 엉성하게
모두 제멋대로 새끼줄 꼬았지
권오창 선생님도 새끼줄 꼬시는데
선생님 새끼줄 꼬는 모습 보니
아하, 이제 알겠네
새끼줄은 저렇게 꼬는구나
옴폭한 손바닥 안에서만 깔짝깔짝 비비면 안 돼
엄지손가락 아래서부터 다섯 손가락 저 끝까지
손바닥 전체에 힘주어 싹싹 비벼야 해, 싹싹
온 정성 두 손에 가득 모아
고운 실 만들 듯 탄탄한 그물 짜듯
손바닥이 마르면 침도 묻혀가며 꽈야 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주변은 시끌벅적해도
팔순의 선생님은 따실따실 쫀쫀하게
길고 긴 새끼줄 만드신다
선생님 새끼줄 꼬는 모습 보니
아하, 이제 알겠네
선생님은 평생을 저렇게
여린 볏짚으로 짱짱한 새끼줄 엮듯
묵묵하게 소리 없이
통일의 길 내며 살아오셨구나
선생님이 만드신 새끼줄
모양도 고르고 제일 길어
1등을 차지했네
모두 박수를 보내는데
선생님은 부끄러운 듯
속웃음만 살짝 웃으시네
선생님이 만드신 길고 긴 새끼줄
길고 긴 길 닮았네, 통일의 길
이 길 따라 곧장
평양까지 닿아보자
김련희 언니는 고향에 보내드리고
또 백두산까지 닿아보자
천지의 맑은 물 양껏 마셔보게
우리 민족혼이 담긴 샘물
얘들아, 이리 와 봐
별이도, 예찬이 예준이도, 비주도, 진혁이도
다 같이 마시자꾸나
생각만 해도 아이, 좋아라
새끼줄에 걸어보는 소원의 한마디
‘철원에서 북녘까지 곧장 가고 싶다’
‘백두산에 가고 싶다’
‘평양에 가고 싶다’
‘우리 민족끼리 통일’
‘윤석열 물러가라’
권오창 선생님은 무어라 쓰셨을까
새끼줄 꼬듯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적은 외침
‘분단의 원흉 미제를 몰아내자!’
새끼줄 꼬는 일 하나에도
통일, 통일만 생각하시는
선생님 따라 배우게 됐네, 다짐하게 됐네
여린 볏짚이 딴딴한 새끼줄로 되게
통일, 통일을 위해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 바쳐야겠다고
'시::권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촛불, 미군기지를 점령하다 (1) | 2022.10.30 |
---|---|
[시] 련포온실농장 (0) | 2022.10.26 |
[시] 아니다, 이건 아니다 (0) | 2022.10.19 |
[시] 철원 조선노동당사에게 듣다 (0) | 2022.10.13 |
[시] 아로니아 밭 농민에게 (0) | 2022.10.10 |
[시] 반찬을 포장하며 (0) | 2022.09.26 |
[시] 낙화 쥴리 (1) | 2022.09.18 |
[시] 따라 걷는 길 (0) | 2022.09.03 |
[시] 이제 산딸기는 없네 (0) | 2022.08.20 |
[시] 노동자 되기 (0) | 2022.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