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미군기지를 점령하다
권말선
촛불대행진이 끝났는데도
아쉬움이 남았던 걸까
사람들은 손에 든 피켓을
용산 미군기지 담벼락
여기저기에 붙이기 시작했다
담쟁이덩굴 사이에도 끼웠고
담장 꼭대기 뾰족한 철망에도 찔러 넣었다
촛불의 피켓이 미군기지 담벼락에 빼곡히 꽂혀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다
눈이 확- 떠지는
오, 아름다운 광경!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저 미군기지 담장에 걸린 피켓은
누가, 누가!
탐욕의 배후인지 알리는 표식이었고
감히, 감히!
촛불의 길을 막지 말라는 경고였다
앞뒤 재지 않고 덤벼들어
미국의 멱살을 잡아 흔든
통쾌한 선전포고였다
용산 미군기지 담벼락에
오래 벼려온 우리 분노,
기필코 이겨버리겠다는
우리 다짐을 새겨놓으니
묵은 체증이 훅- 내려간다
저항 대신 두려움에 길든 이들은
광장에서 성조기를 흔들어대고
매국노들은 독도 앞바다에
전범기 들이길 마다않지만
무능야비한 정권의 배후세력,
꼭두각시들의 주인인
미국놈의 담벼락을 타고 올라
그 모가지를 움켜잡은 촛불!
매국노도 아닌 그렇다고 미국도 아닌
촛불이 바로 이 땅의 주인이라는
당당하고 거룩한 선언!
정수리에 짜릿하게 번지는 전율
아아, 째지게 아름다운 광경
이게 바로 촛불의 힘이요
이러니 위대한 촛불인 게다
용산 미군기지 담벼락에
촛불의 함성이
불꽃으로 봉화로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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