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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반찬을 포장하며

by 전선에서 2022. 9. 26.

반찬을 포장하며 

권말선

먹음직하게 만든 반찬을 정성스레 포장하며 
내일 가격표 붙여 대형마트에 진열되기 전 
오늘 뜨거운 불 앞에서 열심히 볶은 내가 
퇴근할 때 이 반찬을 가져가 
가족과 한 상에 둘러앉아 
맨 먼저 먹어볼 수 있다면 좋겠구나 
생각했지 
그리고 이 지역 모든 노동자가 퇴근길에 
원한다면 오늘 자기 노동의 대가와 
우리 공장의 반찬을 바꿔 갈 수 있다면 좋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지 

집을 짓는 노동자는 집을 
빵을 만드는 노동자는 빵을 
옷을 만드는 노동자는 옷을 
필요한 대로 가질 수 있다면 
또 집으로 옷을 
빵으로 집을 
옷으로 빵을 
바꿔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지 

먹음직스런 반찬을 정성스레 포장하며 
오늘 만든 반찬이 빵이 되고
오늘 만든 반찬이 옷이 되고
오늘 만든 반찬이 집이 되고
오늘 만든 반찬으로 저녁을 먹고 
오늘 열심히 일함으로
입고 먹고 자고 쓰는 
일상의 기본이 다 해결된다면 좋겠구나
그런 세상이라면 내일도 기꺼이
후끈한 열기에 어김없이 팔뚝이 발갛게 익어도
화구 앞에 서서, 당당히 서서
기쁘게 반찬을 만들고 기쁨을 서로 나누련만

그런 노동의 날이 
노동자의 매일이 
아,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있을 거라 생각했지 
생각하며 웃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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