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포온실농장>
권말선
알로록달로록 늘어선 집들은
동화 속 꿈의 마을인 듯
드넓게 펼쳐진 농장은
반짝이는 물결, 수평선인 듯
함경남도 바닷가에 마련된
<련포온실농장>
지도위에 손 펼쳐보니
얼마 전 가 보았던
철원에서 딱 한 뼘 거리
멀지 않구나
참 가깝구나
아침마다 출근하는
농장원 마음 얼마나 뿌듯할까?
농자천하지대본
그걸 알아주는 이들을 위한
기꺼운 수고는
저녁마다 퇴근하는
농장원 발걸음 얼마나 신날까?
나라에서 지어준 예쁜 집이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벅찬 기쁨은
군인들이 지었다지
그래서 저리 반듯한가
전투기 비행장 자리였다지
그래서 저리 드넓은가
줄 맞춰 늘어선 농장에서 자란
배추, 피망, 오이, 호박, 고추…
인민들 밥상에 오를 때
고마움의 눈물 또 얼마일까
보람찬 울먹임 또 얼마일까
어느 잘 사는 나라라고
어느 대기업이라고
어느 대부호라고
‘수출’이나 ‘판매’, ‘이윤’ 아닌
“인민을 위한 남새 보장” 위해
과연 선뜻 지을 수 있으랴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으랴
어느 먼 남의 나라 얘기였으면
배도 좀 아프고 속도 좀 쓰렸겠지만
하나의 땅덩이를 딛고
한 하늘을 이고 사는
내 동포들이 누리는 복
내 동포들이 안은 기쁨
내 일인 듯 벅차고 자랑스러워
성급하고 부푼 마음 어느새
오이, 호박, 고추, 가지 곁에
남녘의 갖가지 채소들도
옹기종기 씨 뿌려놓고
바닷바람 거뜬히 막아주는
<련포온실농장> 따스한 그 안에서
북녘 남새 남녘 채소
북녘 농민 남녘 농민
한껏 어우러지는 그림
붓질 절로 내달린다
아아, 머잖은 날, 좋은 날
그날은 어서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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