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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유엔사 해체는 필연이다

by 전선에서 2018. 10. 22.

유엔사 해체는 필연이다

<분석과 전망한반도 평화 번영통일의 걸림돌


유엔사에 대해 총 4꼭지의 글을 올렸었습니다. 

10월 24일 유엔의 날을 앞 두고 하나의 완결된 문서로 정리해 다시 올립니다. 

-편집자 주



 


1
유엔사의 DMZ 관할권 주장은 억지다

 

올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400여명을 포함 남북 통 틀어 대략 6300여 명이 비무장지대(DMZ)를 넘었다. 주한미군사령관인 유엔사령관이 일일이 승인.허락을 해주어 가능했던 일이다. 9·19 평양 공동선언의 군사분야 부속 합의서에 따른 작업인 비무장지대(DMZ) 지뢰제거 작업이 103일 시작되었던 것도 유엔사령관이 승인.허락해주어서였다.

 

지난 8, 판문점선언 합의사안인 남북철도 공사를 위한 정부 조사가 유엔사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무산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스러워했다. ‘DMZ가 누구 땅인데 왜, 유엔사의 허락을 얻어야한다는 말인가!’ 별 네 개짜리 미 장성이 어떻게 남북 양 정상의 결정을 제압할 수 있는 거냐며 사람들은 그렇게 분노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설명을 주었다. 지난 달 25일 미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DMZ 내의 모든 활동은 유엔사의 관할이기 때문에 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관련 사항은 유엔사에 의해 중개, 결정되고, 준수·집행돼야 한다"고 한 것이다. 유엔사가 DMZ 관할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DMZ 내에서의 GP철수작업과 유해 발굴작업 유적지 발굴작업 등 이후 남북 합의사안을 이행하는 데에서도 유엔사의 승인.허락 절차는 필수다.

 

DMZ 내 활동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6.15공동선언 발표 직후 때도 같은 일이 있었다. 200011월 조선인민군과 유엔사가 나서서 동·서해지구 철도 연결을 위한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합의서를 채택한다. 철도와 도로가 통과하는 비무장지대 구역은 남측이 관리(Administration)한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함을 허가하지 않는다라는 정전협정 17항에 근거한 합의였다. 군사정전위에 대한 자격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합의서에 따라 DMZ 관리 논란은 일단락된 듯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2002년 남북지뢰검증단 교환 문제를 둘러싸고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리권은 한국 정부에 있지만 관할권(Jurisdiction)은 유엔사에 있다는 또 다른 주장을 폈다. 에이브럼스 지명자의 주장은 그렇듯 이미 십수년 전 미국이 주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정전협정에는 DMZ 관할권에 대한 규정이 없다. 관리권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인 것이다.

 

유엔사의 DMZ 관할권 주장은 결국, 미국의 일방적인 억지주장이다.

 

DMZ 논란을 두고 유엔사의 DMZ 관할권 논란으로 명명하거나 유엔사의 월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유엔사의 근본문제를 덮기 때문이다. 유엔사의 역사에 의하면 유엔사의 근본문제는 주한 DMZ 관련 문제가 아니라 유엔사 존폐문제다.

 

2 유엔에 유엔사는 없다

 

유엔사는 1950724일 일본 동경에서 창설됐다. 미국 트루만 대통령이 1950627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군사제재 결의인 제1511호와 195077일 유엔 안보리의 유엔군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인 제1588호의 근거에 따라 195078일 맥아더 원수를 유엔군사령관에 임명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유엔기를 이양받아 창설한 것이다. 그 후 유엔사는 195771일에 서울로 이동하였으며 지금은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 있다.

 

유엔사는 흔히, ‘한국전쟁의 수행자로서 유엔의 보조기관으로,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을 체결해 정전협정의 준수 및 집행을 책임지는 유엔의 행정기관으로 그 법적 지위를 갖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유엔사가 갖고 있던 그 법적 지위는 그러나 19751117일 제 30차 유엔총회에 의해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된다. 30차 유엔총회가 정전협정의 필요성을 인식하며 직접 관계 당사자들이 정전협정 유지를 위하여 상호 수락할 수 있는 대안에 동의한다면, 미국정부는 197611일자로 유엔사를 종료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결의를 내온 것이다. 결의는 정전협정 유지를 위한 적절한 방안과 더불어 유엔사가 해체될 수 있도록 제 1단계 조치로서 관계 당사자들이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협의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도 결정했다.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은 다음 해인 제 31차 유엔총회에서 미국은 한국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유일한 법적 장치인 정전협정이 계속 유지되거나 혹은 다른 조치로 대치되는 것을 전제로 유엔사를 해체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연설을 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그때 이후 지금까지 유엔 총회의 유엔사 해체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3 유엔사는 정전체제 유지군이 아니다

 

미국은 유엔총회의 유엔사 해체 결의가 있고 난 3년 뒤인 1978117일 한·미 연합사령부를 창설해서는 유엔사가 그동안 쥐고 있었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과 한국방어 임무를 한미연합사에 넘겼다. 이로 인해 유엔사에게는 애초 갖고 있었던 정전협정체제 유지 및 위기 관리의 기능만이 남게 되었다. 미국은 이어 유엔사에게 북과 휴전협정을 손질하거나 이를 대체할 새 협정을 마련할 수 있는 광범위한 특권을 부여했다. 19941129일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미국이 스스로 내린 그 규정에 따르면 유엔사는 미국의 정전체제 유지군이다.

 

그러나 유엔은 유엔사가 정전체제 유지군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1995629, 김영남 당시 북 외교부장이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군이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에 중대한 장애가 되고 있다면서 유엔이 유엔사를 소환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자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사는 유엔의 보조기관이 아니며 유엔사의 해산문제는 유엔 기구의 책임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권한 내에 있는 문제라는 답신을 보낸 것이다.

 

미군이 정전체제 유지군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북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적극 배격당하고 있다. 리용호 북 외무상이 지난 92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사는 유엔의 통제 밖에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다고 했다. 북의 일관된 입장이다. 지난 201771일 유엔사 서울 이전 60주년을 맞아서도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 보장의 견지로 보나, 유엔이 국제기구로서의 체면을 회복하는 견지에서 보나 유엔군사령부는 더 이상 존재할 명분이 없다"고 했었다.

 

마차오쉬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지난 9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사는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유엔사는 냉전시대의 산물이라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 역시 북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유엔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유엔사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처럼 유엔사의 DMZ 관할권은 미국의 억지이며 유엔에는 유엔사가 없고 유엔사는 미국이 주장하는 정전체제 유지군도 아니다. DMZ 관할권을 놓고 불거진 유엔사 논란은 유엔사의 정체성 논란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4 유엔사는 미국의 다국적군이다

 

유엔사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내용들은 차고 넘친다. 유엔총회 결의로 1950724일 창설된 유엔사에 대해 197530차 유엔총회가 유엔사 해체 결의를 하고 이어 95629일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사 해산은 유엔의 책임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권한 내에 있는 문제라고 한 것은 유엔사가 유엔의 기관이 아니라 미국이 운용하는 미국 군대 즉, 미국의 다국적군이라는 것을 드러내준다. 유엔사가 미국 군대라는 것은 유엔사령관 임명권자가 미 대통령이라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맥아더장군이 유엔사령관이 되었던 것은 트루먼 대통령이 임명해서였다. 지금은 미 대통령이 미 의회 청문회를 거쳐 주한미군사령관을 임명하는데 그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직하게 된다. 북 리용호 외상이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사는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는 연합군사령부라고 했던 것이 일리 있는 이유다.

 

5 미 반북세력은 유엔사는 평화협정 체결이 돼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종전선언과 유엔사 해체는 관련이 없다는 발언을 했었다.단순한 것이 아니다. 미국 눈치를 보는 것이거나 종전선언을 하기 위한 정치수사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극히 주목되는 것은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내정자가 유엔사는 평화협정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2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다.

 

주한미군은 유엔사가 유엔으로부터 세 가지의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주장한다. 개전 시기에 부여받은 것으로 북의 남침 격퇴가 기본이다. 또 하나는 정전협정 체결권자로서 부여받은 정전협정 유지.관리임무다. 주한미군이 유엔사가 유엔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임무 중에 또 하나는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별도의 임무. 전쟁 중 38선 이북으로 진출하는 문제에 봉착해 부여받은 것이라고 했다.

유엔사가 유엔으로부터 북의 남침 격퇴정전협정 유지.관리이외에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별도의 임무까지 부여받았다는 주한미군의 주장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물론 평화협정은 유엔사 해체의 충분조건이 될 수가 없다. 주한미군의 논리에 따르면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정전협정 유지.관리임무만 종료될 뿐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별도의 임무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러한 주장과 논리에 충실한 한국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김동명 박사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던 2011년 서울대 통일과 평화’ 3집에서 법리적으로 정전협정 폐기와 유엔사 해체 문제는 별도 사안으로, 정전협정 폐기만으로 유엔사가 해체될 성질은 결코 아니다라며 유엔사는 공고한 평화체제가 실현될 때까지 존속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사가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할 경우 미군으로 하여금 즉각 개입할 수 있는 명분도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종전선언이 되고 평화협정까지 돼도 유엔사는 존재하게 된다는 주한미군의 논리는 이처럼 유엔사에 부여되었다는 별도의 임무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것에 근거해 만들어진 논리다.

종전선언이 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 명분이 치명적으로 약화되거나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종전선언이 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서 유엔사 해체가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과정에서 유엔사가 쉽게 해체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거나 기간 북미대결전 역사를 잘 모를 경우에 가질 수 있는 입장이다. 유엔사의 본질 그리고 그 역사를 모를 때 가질 수 있는 입장이기도하다.

 

유엔사는 결국, 미국이 운용하는 다국적군으로 미국의 반북진영은 평화협정 체결국면에서도 유지하려고 갖은 애를 쓰게 될 것이다.

 

6 유엔사는 북을 자본주의로 흡수통일하기 위해 미국이 운용하고 있는 다국적 군대다

 

유엔사의 정체성과 관련해 유엔사가 유엔으로부터 별도로 부여받았다는 임무라는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만큼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없다. 주한미군의 주장에 의하면 유엔군은 '38선 이북으로 진격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1950107일 유엔총회 결의 제376호를 적용하여 북한지역으로 북진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이 통일한국을 수립하는데 지원을 제공할 권한을 갖고 있다(‘김성만의 안보칼럼’, 2013123일 인터넷 언론 블루투데이’)

 

주한미군이 주장하는 유엔사의 별도 임무인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은 미국이 사회주의 북을 자본주의로 흡수하는 체제 통일을 의미한다. 이와 연동해 같은 비중으로 주목해야되는 것이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4개의 직책을 겸임하고 있는데 그 중 유엔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다수의 직책을 갖는 것은 단순한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 세계패권전략 하에 동북아패권전략과 한반도지배전략에 따라 자국 군사력을 고도하고 세밀하게 편성해놓은 전략적 역량 배치다. 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는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배기제로 임무 수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미연합사가 창설되자 마자 유엔사가 19507월 이래 갖고 있었던 한국 작전통제권한국방어 임무를 넘겨받았다는 것에서 확인된다. 한미연합사가 대한지배 군사기제라면 유엔사는 대북적대 군사기제다. 유엔으로부터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별도의 임무를 부여받다는 주장이 갖고 있는 결정적 의미다.

 

평화협정이 돼도 유엔사는 존재하게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유엔사가 대북적대 군사기제라는 것 그리고 특히 유엔사가 별도의 임무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 것 등은 유엔사의 본질적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또렷하게 확정해준다. 북을 자본주의로 흡수 통일하기 위해 편성 배치한 미국의 군사 역량이 유엔사다. 유엔사의 본질은 대북 흡수통일군인 것이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전형적인 냉전 구도며 냉전 논리다. 변화되고 있는 현 정세에 당연히 맞을 수가 없다. 특히 치명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6.12북미공동성명의 맨 첫자리에 올려놓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정면에서 충돌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내정자가 유엔사는 평화협정이 돼도 유지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주한미군을 비롯해 미국의 반북진영이 유엔사에 부여돼 있다는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7 반북세력들은 유엔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연합사가 국군의 전작권을 갖고 있고 유엔사가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별도의 임무를 갖고 있다는 것은 한미연합사와 유엔사가 미국의 대한반도군사 지배전략의 중추임을 보여준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공정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편성한 그 대한반도지배전략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예컨대 한미연합사가 머지 않아 전작권을 국군에게 되돌려 주게 되는 것이 그 변화의 한 측면이다. 주한미군 등 미국의 반북진영이 유엔사를 어떻게 해서든지 유지하려고 할 것이 그 반대편에 있게 될 또 다른 측면이다. 유엔사가 이때껏, 정전협정 유지 관리와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강화시켜 온 배경이다.

 

주한미군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거나 참관하는 유엔사 회원국들의 숫자를 점차적으로 늘려왔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몇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호주군이 20134월 한·미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에 참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1개 소대 병력인 18명이 참가했다. 유엔사 회원국의 전투병력이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에 참가한 것은 처음이었다. 종전엔 유엔사 소속 16개 회원국 중 영국·프랑스·호주·터키·태국 등 57개국에서 기껏해야 2~3명의 장교가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게 다였다. 주한미군이 호주군에게 부여한 자격은 유엔군이었다.

 

당시,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주목했었다. 전작권 전환 및 평화체제 구축 이후 유엔사의 임무와 조직 확대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내왔다. 일리 있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이후 전작권이 전환되면 유엔사가 정전협정 유지 및 관리 임무뿐 아니라 유사시 한미연합사를 대신해 전력 제공자로 대북 억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었다. 미국 내 반북진영의 전문가들이 유엔사가 정전체제 유지, 관리 외에 한반도 유사시 유엔 회원국들의 참전을 유도하는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엔사 강화의 핵심은 주일미군 기지에 있는 7곳의 유엔사 후방 기지. 주한미군의 주장에 의하면 유엔회원국의 참전에 대비하여 장비와 물자를 보관·유지하고 있는 곳이 주일미군 기지의 유엔사 후방기지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났을 때 병력과 무기, 보급물자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기지라는 것이다.

요코스카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출동하는 항공모함과 이지스함을 비롯한 미 7함대 소속 함정들의 모항이다. 함정 10여척은 한반도 유사시 48시간 내 출동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아시아 최대 미 공군기지인 가데나 기지에는 F-15 전투기,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 KC-135 급유기, RC-135 전략정찰기 등 한미연합군사 훈련 때마다 출격하는 항공기 120여대가 배치돼 있다. 오키나와 기지엔 한반도 위기 때 가장 먼저 출동해 전쟁을 억제하거나 북의 공격을 저지하는 미 제3해병원정군도 배치돼 있으며 사세보 기지엔 한반도 유사시에 사용할 수백만에 이르는 탄약이 저장돼 있다.

 

이것들은 미국의 반북진영들이 유엔사를 이후 다국적 연합군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1953727일 체결된 한국에 관한 참전 16개국 선언문에 따르면 유엔사는 참전하는 유엔회원국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와 지원을 하게 된다. 주한미군 등의 주장에 따르면 이를 위해 미국은 즉각적인 참전을 위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면서 유엔회원국의 참전에 대비하여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7개소에 장비와 물자를 보관·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은 파병할 부대를 평시에 지정해두고 있다.

 

이처럼 주한미군 등 미국의 반북진영은 평상시에는 유엔사를 통해 정전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유사시에 다국적 연합군으로 휴전선 이북으로 진출해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임무 수행을 하기 위해 유엔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반북진영이 유엔사 강화를 도모하는 것은 따라서 통일되고 독립되고 민주화된 한국 건설이라는 임무를 지닌 대북흡수통일군대에 대해 치밀하게 취하고 있는 전략적 태세다.

 

8 유엔사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중간, 그 어디 쯤애서 해체될 것이다

 

유엔사의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던져져 있다. 메인마스트(Mainmast) 기 하나만 위태롭게 잡고 있는 형국이다. 유엔사는 6.12북미공동성명 1항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실현 과정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 당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종전선언을 입구로 해 평화협정을 거쳐 북미수교로 가는 경로를 갖는다. 이 과정의 공정 중에 하나가 유엔사 해체다. 종전선언과 전작권 환수를 앞에 두고 뒤에는 평화협정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를 두고서는 해체되게 될 것이다. 곡절이 있다면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 사이 쯤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정세 발전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데가 미국 내 반북진영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사령관 내정자가 유엔사가 DMZ 관할권을 갖고 있으며 이어 유엔사는 평화협정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세 흐름에 사활적으로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미국 내 반북진영들이 어떻게 해서든 유엔사 해체의 시간을 늦춰 보려고 갖은 발악을 다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유엔사 논란은 6.15초창기 때 있었던 동북아평화유지군 논란과 많이 닮아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진지한 대화를 통해 주한미군이 동북아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6.15공동선언 발표 뒤 당시 박재규 통일부장관이 한 이야기였다. 동북아평화유지군 논란의 진원이 된 전언이었다. 주관이 개입할 수 있는 전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장이 컸다. 미국의 반북진영 그리고 이에 순응하는 청와대의 이른바 동맹파로 불렸던 일부세력과 개혁적인 학계 전문가 일부 등 한국의 친미비북진영이 전언의 한계와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간과해 정치적으로 부풀려 놓은 파장이었다.

 

하지만 동북아평화유지군 논란은 애초, 탁상공론일 수 밖에 없었다. 동북아평화유지군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태평양사령부지상구성군에게 씌울 수 있는 모자이다. 태평양사령부지상구성군은 동북아패권전략군의 위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임무를 갖는다. 때문에 태평양사령부지상구성군이 중러의 동의를 얻어 동북아평화유지군이라는 모자를 쓰자면 태평양사령부지상구성군의 본질인 동북아패권전략군으로서의 성격을 거세해야만 한다. 이는 미국이 동북아패권전략을 폐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당시 동북아평화유지군 논란이 위험했던 것은 그것이 주한미군 용인설과 연계되었기 때문이었다. 주한미군은 미국이 구축한 대한반도 지배전략의 핵심적 정치안보기제이자 동북아패권전략의 중추이다. 남에 대해서는 한미연합사로 북에 대해서는 유엔사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태평양사령부지상구성군으로 대응하는 전략의 요체가 주한미군인 것이다.

 

북은 치열한 북미대결전에서 전술적인 것들이야 양보할 수 있겠지만 한반도의 근본문제인 주한미군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 양보도 하지 않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의 자주통일과 사회변혁 세력들 역시 주한미군을 용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평화유지군을 주한미군 용인설과 연계했던 것은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미국 내 반북진영과 한국의 친미비북진영의 정치적 의도였다.

 

당시 동북아평화유지군 논란과 지금의 유엔사 논란이 닮은 것은 주한미군 용인 논리에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다. 유엔사령관이 유엔사가 DMZ 관할권을 갖고 있다는 억지나 유엔사는 평화협정과 관련이 없다는 돼도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은 주한미군 유지 논리에 기반해 있는 것이다.

 

정세 흐름에 따르면 주한미군 유지에 기초하는 유엔사 논란은 미국 내 반북진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세기적 전환기에 대해 보이고 있는 반발일 뿐이다. 정확히는 발악이다. 그들은 그동안 유엔사를 끊임없이 강화해왔었다. 그 만큼 그들은 유엔사를 물론,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철하다. 북이 주도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과정에는 유엔사가 해체 운명을 피해 갈 길이 마련돼 있지가 않는 것이다.

 

한국으로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 공사는 지난 9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731일 남북 장성급 회담 이후 유엔사 해체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며 그 근거로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감시초소(GP) 10개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에 대해 합의한 것을 들었다. 태영호는 이어 남북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종전선언 채택 후 유엔사 해체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옆에서 모르는 척 가만히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모르는 척 한다는 서술이 돋보인다. 미국 트럼프 진영과 반트럼프 반북진영에 대한 파악 등 정세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고 난 뒤 내온 일리 있는 판단이다.

 

주한미군 등 미국 내 반북진영의 일정한 반발과 여러 형태의 저항이 없지는 않겠지만 유엔사가 전작권 환수와 평화협정 체결의 환경 속에서 해체 될 것은 필연이다. 방해를 할 수 있을 뿐 막을 힘을 반북진영은 갖고 있지않다. 유엔사 해체는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임무 하나를 거세하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철수에서 중요한 영역 중에 하나가 유엔사 해체다. 유엔사 해체 활동은 대한반도지배전략군이자 동북아패권군의 몸통인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 유엔사 해체 길, 그 길은 주한미군 철수 길과 곧바로 연결돼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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